단순한 앎, 지식인에 머물지말고
서로 도우며 사는 이상적 사회
지성인이 많은 사회를 만들어야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중에는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인격의 소유자도 있다. 또 만나는 사람의 말 한 마디에 큰 감명을 받는 수도 있고 특히 인생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필자 또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감명 깊은 말 한마디가 있다. 고등학교 마지막 국사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은 교과서를 덮게 하고는 칠판에 여섯 글자를 한자로 크게 쓰셨다. 知識人(지식인)·知性人(지성인).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를 둘러보며 당부했다. “여러분들이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든지 직업전선으로 나갈텐데 제발 지식인에 머물지 말고 지성인이 되어 달라.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평소 남자다운 언행에 존경심을 갖고 있던 터에 마지막으로 던진 말씀에 감동을 받아,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그 때 선생님의 그 표정을 아직 잊지 못한다.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지식은 아주 큰 기여를 해왔다. 지식을 통해 과학기술이 발전되었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은 우선 흑사병이나 천연두·에이즈 같은 무서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또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기아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각종 공산제품들로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왜 각종 범죄는 더 증가하는가? 왜 사람들 사이의 인정은 더 줄어들어 사회가 각박해지는가?

문학인 중에 한 때 최대의 팔로워를 가졌던 이외수 작가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태산같은 지식이 티끌만한 깨달음보다 못할 수 있다. 단순한 앎은 지식이요, 심장이 더해져야 지성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학교나 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운 지식은 단순한 앎에 불과하다. 거기에 따뜻한 가슴이 더해져야 지성이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 보자. 많이 배워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많이 배운 사람이 모두 더 따뜻한 가슴을 가졌고 주위로부터 더 존경받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면 옛날보다 지식 수준은 더 높아졌는데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겼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정교육에서부터 학교교육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인성교육이 부족한 것이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 학생들의 주 출입구 중 하나에는 앞뒤로 두 개의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한다. 입구에는 ‘enter to grow in wisdom’ 출구에는 ‘depart to serve better the country and the kind’다.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다. 실제 입시에서도 하버드대는 실력보다는 인성이 좋은 인재를 선호한다고 한다. 하버드대와 MIT에서 입학사정관을 지낸 ‘앤절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대표는 “고교 수석 졸업생의 상당수가 하버드대에 떨어진다. 공부와 스펙을 뛰어 넘는 열정과 헌신·리더십 등 인성 덕목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 전형방식과 비교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그리고 곧 입학이 이어진다.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지식을 배우고서. 또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단순히 지식인에 머물지 않고 지성인으로 살아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하고 모두가 서로 도우며 사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감히 부탁해 본다. 그리고 대학이 명실상부한 지성의 전당이라고 모두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그 것은 기성세대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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