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의 스포츠스타들은
운동에나 삶에서나 밸런스 잘 지켜
국정운영도 과유불급 밸런스 유지를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지금 돌이켜봐도 짜릿하다. 약관 22세의 청년 정현이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보여준 눈부신 활약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는 세계랭킹 4위인 즈베레프를 꺾었고, 지난 몇년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코트를 호령했던 조코비치마저 돌려세웠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상대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거대한 산과도 같은 페더러를 맞아서도 정현은 전혀 기죽지 않고 분전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기권패를 하긴 했지만 그의 투혼은 강렬했다. 서브 스피드만 더 늘린다면 충분히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도 겨뤄볼만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현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서브란 무엇인가? 서브는 테니스 게임을 풀어나가는 첫 단추로서 정상급 선수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무기이다. 위기 상황에 몰려도 강력한 서브 한 방이 있으면 얼마든지 상황을 반전시킬 수가 있다. 그 서브의 위력은 높은 타점에서 때릴수록 커진다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공을 높이 올릴수록 정확한 타점을 잡아 때리기는 그만큼 어려운 법이니 마냥 높이 올리는게 능사는 아니다. 자칫 몸의 균형을 잃게 되면 실수가 나온다. 관건은 결국 밸런스이다. 정현은 188㎝의 당당한 키에 단단한 하체까지 지녔다. 체격은 결코 서구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유독 서브가 약한가. 그의 서브 폼을 보면 양발의 간격이 아주 좁다. 웬지 불안정해 보인다. 그 자세로는 높이 토스한 공의 타점을 잡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양발 간격을 조금 더 넓혀보면 어떨까. 스피드도 결국은 좋은 밸런스에서 나오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밸런스가 좋은 선수로는 단연 페더러다. 빠르고 각도 깊은 서브, 정확한 스트로크, 우아한 발리, 폭발적인 스매싱, 이 모든 것은 바로 탄탄한 밸런스에서 나온다. 자연히 모든 샷이 유연하고 무리스럽지가 않다. 군더더기가 없다. 불혹의 나이를 앞둔 노장임에도 그가 여전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는 스캔들도 없다. 연상의 아내 미르카와 쌍둥이 아들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일상생활에서도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그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종종 비교된다. 우즈 역시 불세출의 스타임에는 틀림없지만 페더러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진다. 그의 스윙은 호쾌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곤 하지만 결코 밸런스가 좋은건 아니다. 강한 카리스마로 팬들을 사로잡은 대신 무리가 겹치면서 몸은 서서히 망가져갔다. 숱한 염문을 뿌리며 자기 관리에도 실패했다. 결국 여러 차례 허리 수술을 받는 시련을 겪은 끝에 지금은 세계랭킹 5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때 골프의 세계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기세였던데 비하면 초라한 신세이다. 밸런스를 잃은 대가는 이토록 혹독하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세상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절제되지 않고 문란한 생활을 일삼다보면 마음과 몸의 밸런스를 잃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마을이나 도시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것도, 나아가 국정을 운영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화합과 포용, 배려가 없으면 그 사회는 균형을 잃게 된다. 이런 가치를 존중하면서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고 모두를 아우르고자 할 때 개개인의 역량이 결집되고 시너지효과가 창출되는 법이다. 그런 바탕이 있어야 우리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정책의 완급 조절도 긴요하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다보면 과속을 하고 자칫 무리수를 두게 된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보는 안목이 절실하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고 했다. 과유불급, 역시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기본이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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