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지갑 닫혔지만 손님 발길 이어지며 북적

현대重 임단협 타결 4천억 풀린다는 소식에 희색

▲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3일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에 장을 보러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장사가 예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네요”

13일 오후에 찾은 울산 울주군 남창옹기종기시장은 5일장이 열려 명절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제수용으로 많이 쓰이는 채소, 과일, 생선부터 떡국, 강정, 어묵, 두부 등 식재료들이 매대위에 올라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상인들도 연신 빈 매대에 물건을 정리하고,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을 향해 가격을 부르며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남창시장에서 30년째 채소전을 운영하고 있는 장병수(50)씨는 “요즘은 명절이라도 예전처럼 음식을 많이 하지 않다보니 장사가 예전만 못하지만, 명절 대목은 대목이다”면서 “최근 날씨가 계속 추워 채소값이 비싸지만 제수용품으로 많이 쓰는 시금치, 당근, 쪽파 등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추운 날씨 속에 차갑게 언 손을 화로에 녹이면서도 판매할 채소와 생선을 손질하고, 손님 발길 붙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창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연말부터 경기가 어려워 장이 열려도 주말장 외에는 잔뜩 얼어붙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북적거려 장날 분위기도 나고 명절을 타는 것 같다”면서 “추운 날씨 탓에 조업이 어렵다보니 생물 생선이 귀하지만, 제수용으로 찾는 손님들이 많이 비싸도 구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된 경기 침체 탓에 설 명절을 앞두고도 시민들이 가격흥정만 할 뿐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대목을 맞아 남창시장에서 어묵전을 펼친 김희원(여·42)씨는 “어묵도 차례상에 많이 쓰이는 식재료인데 아무래도 최근 워낙 경기가 어렵다보니 장사가 지난 설 명절보다는 안된다”면서 “대목 앞에 열린 장이라 손님들이 많긴 한데 막상 물건을 많이 사지는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좌판 사이를 다니며 저렴하고, 싱싱한 식재료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명절을 앞두고 모이는 가족들을 위해 양손 가득 장을 본 시민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남창시장을 찾은 신성자(여·74)씨는 “요즘에는 명절이라도 외식을 하다보니 음식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도 멀리서 자녀들이 온다고 장을 보러 나왔다”면서 “아무래도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이 저렴하고, 신선하다보니 명절장은 꼭 전통시장에서 본다”고 말했다

남구 수암상가시장도 설을 앞두고 명절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방앗간에서는 설 명절 소비가 많은 떡국떡을 연신 뽑아내고, 채소전에서는 차례상에 오를 나물 다듬기에 분주했다.

수암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최서연(여·48)씨는 “명절에는 제수용 산적거리도 많이 찾고 특히 설에는 떡국용 사골뼈도 판매가 늘어난다”면서 “연말부터 장사가 계속 잘 안돼 걱정이 컸는데 그나마 설 앞두고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업 침체로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동구지역 전통시장은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 타결로 4000억원이 풀린다는 소식에 설 명절을 앞두고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대송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황삼철씨는 “현대중공업(임단협 타결) 덕분인지 명절을 앞두고 며칠전부터 시장이 점점 활기를 띄고 있다”면서 “점포 뿐 아니라 시장 내 음식점에도 부쩍 손님이 는 것 같다. 내일, 모레가 진짜 설 대목장이니 상인들 대부분이 올해는 작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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