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24·강원도청)이 스켈레톤에 입문한 2012년 그의 몸무게는 70㎏대 초반이었다.

고교 3학년생이던 윤성빈은 178㎝의 키로 제자리 점프해서 농구 골대를 잡을 만큼 순발력이 뛰어났지만, 체형은 보통 남학생 수준이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 3형제’는 선수의 몸무게가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썰매는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대로 굽이굽이 펼쳐진 트랙을 타고 내려오는데,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속력을 더 받아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스켈레톤에서 헬멧 등 장비를 포함한 썰매의 무게와 선수의 체중을 합한 최대 중량은 남자의 경우 115㎏이다.

하지만 총 115㎏을 넘는 것도 허용돼 이 경우 썰매 무게를 33㎏ 이내로 조정하면 된다. 최대 중량이 115㎏ 미만인 경우에도 썰매 무게가 43㎏을 초과할 수 없다.

선수로서는 호리호리한 몸으로 무거운 썰매를 타는 것보다 탄탄한 근육질 몸으로 덜 무거운 썰매를 타는 게 백번 낫다.

썰매 종목에서 중량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매우 엄격하게 측정한다.

고교 3학년생 윤성빈한테는 당장 ‘몸무게 늘리기’ 임무가 생겼다.

그는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소화하면서 하루에 8끼씩 폭식했다.

매일 팔굽혀펴기를 1천 개 이상 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240㎏의 스쿼트 역기를 들었다.

하지만 운동량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 8끼는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아 토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맛있어야 음식을 먹는데, 맛보다는 닭가슴살이나 당분이 없는 떡 같은 건강식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니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성빈의 몸무게는 어느새 15㎏가량 늘어 80㎏대 후반에 이르렀다. 한때 90㎏까지도 늘렸지만 86∼87㎏일 때 기록이 가장 좋아 현재 이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완벽한 체격 조건을 갖춘 채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윤성빈은 어느새 세계 최정상의 스켈레톤 선수로 거듭났다.

2017∼2018시즌 월드컵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10년 가까이 쌓아올린 제국을 무너뜨린 윤성빈은 꿈의 무대인 올림픽 금메달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15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2차 시기 1분40초35를 기록, 전체 30명의 출전자 중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다음 날 3∼4차 시기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윤성빈의 금메달 획득은 확실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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