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시험대 최명길·박준금·임수향 ‘성공’…진세연·장희진·윤시윤도 ‘대타’

 SBS TV 수목극 ‘리턴’이 방송 도중 주인공을 교체한 ‘사건’으로 연일 시끄럽다.
‘리턴’의 경우는 배우와 제작진의 불화가 원인이라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불명예 퇴장한 고현정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진희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송되는 도중 배우가 바뀌어버리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드라마 대타’의 역대 전적은 어땠을까.

◇ 임수향, ‘불어라 미풍아’ 인기 일등공신
2016년 10월 MBC TV ‘불어라 미풍아’는 악녀 박신애를 연기하던 배우를 교체했다. 박신애를 맡았던 배우 오지은이 촬영 중 발목 전방인대가 파열돼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송 12회만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13회부터는 임수향이 오지은의 바통을 이어 박신애가 됐다. 캐스팅 제안부터 첫촬영까지 임수향에게는 단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다. 탈북자 역할이라 북한 사투리도 익혀야 해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후에 임수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이틀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고민했다. 너무 부담스럽고 무서웠는데,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임수향은 중간에 대타로 투입됐지만, 그의 악녀 연기가 화제를 모으면서 ‘불어라 미풍아’는 26.6%까지 시청률이 올랐다.
그는 “할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나서 하는 게 답인 것 같다”며 “악역이라 지금도 정신적으로 힘든 게 너무 많지만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고 나도 이런 역할을 해보기 잘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02년 KBS 2TV 대하사극 ‘명성황후’는 주인공 명성황후를 방송 후반 교체해야 했다.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연장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1회부터 79회까지 명성황후를 연기해 오던 이미연이 출연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영화 출연을 위해 ‘명성황후’ 제작진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하차했다. 그 바통은 최명길이 이어받았다.

 

다행히 긴 호흡의 드라마라 이미연과 최명길이 명성황후의 젊은 시절과 중년 이후 시절을 자연스럽게 나눠서 연기하는 모양새가 됐고, 드라마는 종영까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박준금은 연기 생활 자체를 대타로 출발했다. 1982년 KBS 연속극 ‘순애’의 여주인공이던 원미경이 개인 사정으로 16회 만에 하차하면서 생짜 신예 박준금에게 기회가 왔다.
박준금은 경희대 무용과 재학 중이던 1980년 국가 주도 행사 ‘국풍80’ 행사에 참여했다가 KBS PD의 눈에 띄었는데, ‘순애’의 주인공이 펑크나자 그 PD가 박준금을 추천했다. 박준금은 카메라 테스트를 받자마자 다음날 바로 ‘순애’ 촬영에 들어갔고, 데뷔작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 장희진·진세연·윤시윤도 ‘대타’
2017년 3월 MBC TV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방송 3주 만에 주인공을 구혜선에서 장희진으로 교체했다. 1~6회까지 주인공 ‘유쥐나’ 역을 맡았던 구혜선이 건강 문제로 갑자기 하차하면서 7회부터 ‘유쥐나’를 장희진이 연기했다.

당시 구혜선 측은 “촬영 도중 어지럼증과 간헐적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며 “검진 결과 심각한 알레르기성 소화기능장애가 발생한 탓에 절대 안정이 시급하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50부 긴 호흡의 주말극에서 초반 7부에 주인공이 교체된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또 드라마 자체가 심한 막장극이고, ‘유쥐나’ 역이 다른 인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없어서 구혜선에서 장희진으로 교체된 게 드라마의 흐름이나 시청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MBC는 지난 연말 ‘2017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장희진에게 우수연기상을 수여하며 ‘대타’로 뛰어준 고마움을 표했다.
윤시윤은 2011년 MBC TV ‘나도, 꽃’의 첫방송 직전에 김재원 대신 주인공으로 투입됐다. 김재원이 첫 촬영날 스쿠터를 타다 넘어지면서 어깨를 심하게 다친 탓이다. 스쿠터가 90도 가까운 각도로 공중으로 들리면서 김재원의 어깨가 탈골했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윤시윤을 섭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갑작스러운 대타는 극을 끌어가는 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드라마는 흐지부지 종영했다.

2012년에는 SBS TV ‘다섯손가락’의 여주인공이 방송을 앞두고 촬영 도중 티아라 은정에서 배우 진세연으로 교체됐다. 이때 역시 은정과 제작진 간의 불화가 원인이었는데, 그나마 방송 전에 배우를 교체할 수 있었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진세연이 당시 KBS 2TV ‘각시탈’의 주인공을 맡고 있던 중이라 일주일 정도 ‘다섯손가락’과 겹치기 출연을 했던 것이다. 조연 배우의 겹치기 출연은 다반사이지만, 같은 배우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한주에 두 편 방송되는 일은 ‘사고’ 수준이다.
또한 당시 은정의 하차와 관련해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제작진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라며 문제를 삼는 등 잡음이 일었다.
 
◇ ‘고현정의 대타’ 박진희, ‘리턴’ 성공시킬까
이런 가운데 박진희는 그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대타’가 됐다. 연기 베테랑이자 톱스타 선배 고현정의 대타로 뛰어야 하는 것 자체가 피하고 싶은 일인 데다, 고현정의 퇴장이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고현정의 하차가 방송사와 남성 PD의 갑질 때문이라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 속에서 “’리턴‘ 시청 거부 운동을 하자”는 댓글까지 나오고 있어 대타를 수락한 박진희의 어깨가 무겁다.
방송가에서는 ‘리턴’의 주인공 교체가 향후 드라마의 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리턴’은 자극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릴러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일단 지난 14일 방송은 ‘무사히’ 넘겼다. 이날 ‘리턴’은 전반부에 고현정이 등장했고, 엔딩에 박진희가 대사 없이 등장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기를 펼쳤다. 주인공 ‘최자혜’가 고현정에서 박진희로 바뀌었다는 설명은 없었고, ‘고현정 파문’을 모르고 시청하면 박진희가 새로운 인물로 투입됐다고 생각하게 할 구성이었다. 이로 인해 ‘리턴’의 주인공 교체에 따른 반응과 평가는 오는 22일 방송에서 확인하게 됐다.
상승세이던 ‘리턴’이 주인공 교체로 발목이 잡힐지, 아니면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위기를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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