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 극복하고 동계올림픽 출전…성적은 낮아도 만족감은 ‘최상’

동계올림픽에서는 주로 유럽과 북미 국가들이 강세인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하계올림픽에서는 육상 등의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동계올림픽에서는 활약이 미미하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기후 여건에 시스템까지 잘 갖춰진 노르웨이나 독일,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아프리카 국가들은 눈이나 얼음을 구경하기 힘든 데다 값비싼 장비를 장만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92개국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는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에리트레아, 케냐, 토고 등 8개국이다.
8개국 출신으로 지금까지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대부분이 각자 종목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당초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평창을 찾은 이들은 어느 금메달리스트 못지않게 행복감을 느끼며 대회를 만끽하고 있다.

가나의 아콰시 프림퐁(32)은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해 30명의 출전자 중 꼴찌(30위)에 그쳤다.
프림퐁은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들 만큼 수없이 얼음벽에 부딪혀가며 트랙을 내려왔다.
하지만 레이스를 모두 마친 다음에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장내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며 관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프림퐁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평창에 온 감격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사진과 글로 도배돼 있다.
나이지리아의 여자 스켈레톤 선수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7)도 비슷하다.
그는 경기의 절반을 치른 16일까지 20명의 출전자 중에서 20위에 그쳤지만, 전혀 위축된 모습이 아니다.

아데아그보는 지난 6일 평창선수촌에 입촌하면서도 “이번 대회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최선을 다해서 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게 곧 올림픽 정신”이라며 환하게 웃은 바 있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미알리티아나 클레어(17)는 15일 여자 알파인 스키에 출전해 전체 81명 중 48위에 올랐다.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클레어는 “많이 기다려 온 첫 올림픽인 만큼 결과가 어찌 됐든 자신감을 쌓았다”면서 “힘들었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핫핑크’ 색상의 표범 무늬 스키복을 입은 케냐의 사브리나 시마더(20)도 알파인 스키에 출전해 올림픽 첫 경기를 치렀다.
1차 시기 59위에 오른 그는 2차 시기는 완주하지 못했다.
시마더는 “어려운 조건에서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너의 뒤에 있다‘, ’행운을 빈다‘며 케냐에서 많은 메시지가 온다”면서 “세계의 많은 나라가 올림픽으로 이렇게 함께 하는 게 무척 즐겁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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