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이념 벗어난 상생의 축제
문화·예술 꽃피는 지구촌축제로
평창의 꿈이 거듭나길 기대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눈과 얼음의 스포츠 축제로 평창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뜨거운 열정의 금빛 질주로 감동과 환희의 물결이다. 운동선수들에게 스포츠는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하는 공간이며,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경기를 통해 주체적 자아를 실현하는 현장이다. 땀과 눈물, 승부의 치열함과 극기정신이 살아있는 스포츠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휴먼 스토리로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임효준 선수는 쇼트트랙 첫날 남자 1500m 결승에서 올림픽신기록(2분10초485)을 세웠는데, 선수생활 10년 간 무려 7번의 부상과 수술을 이겨낸 불굴의 아이콘으로 감동을 주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20년 경력의 두쿠루스 선수를 물리치고, 6년 만에 썰매종목 아시아 최초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고 순간 140㎞의 속도로 달리는 질주, 자신만의 플레이로 전력투구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최민정 선수는 500m에서 놓친 은메달의 안타까움을 극복하고, 1500m 경기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금메달을 땄다. 출전 전 각오를 물었을 때 “나보다 준비를 잘한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500m의 아쉬움은 잊고 남은 경기에 열중하겠다.” 최선으로 자신을 훈련한 선수만이 말할 수 있는 그 문구가 진한 울림으로 와 닿았다.

금빛 질주에는 신체기술의 습득과 몰입, 잠재적 가능성을 자유롭고 독창적으로 실현하는 스포츠의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특성들이 녹아있었다. 눈이나 얼음 위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중력, 가속도, 양력, 마찰력의 과화적 원리로, 속도를 내고 정지하며 회전할 때도 마찰력을 이용한다. 쇼트트랙 선수는 곡선구간을 돌때 마찰을 줄여 속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특수코팅(에폭시) 장갑을 끼며, 컬링선수는 스톤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빗자루로 바닥을 쓴다. 스키점프는 무릎을 살짝 구부려서 무게중심을 낮추어 착지할 때 넘어질 위험을 줄인다. 아름다운 선율에 신체활동과 창의적인 표현으로 정서를 증감시키는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가 몸으로 실현하는 예술임을 보여주었다.

현대 스포츠는 단순히 몸을 쓰는 운동경기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자발적 참여에 의한 조직화된 유희의 예술이며, 시간과 공간의 구조에 의한 문화적 행위로 인식돼야 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 선수단의 소재로 한 임순례 감독의 2008년도 작품이다. 비인기 스포츠 핸드볼을 소재로 한 우생순의 흥행은 ‘공유된 객관적 기억’인 스포츠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메달의 아름다운 패배를 통해 관객들은 비주류로서의 동질감과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높다 멀리’라는 올림픽 모토가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현대 스포츠는 기록갱신과 상품성 등의 우선시로 선수의 저 연령화, 약물복용, 승부조작, 비인간화 등의 문제들이 남겨져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선수와 인류에게 삶의 원동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여가, 자연과 인간의 연대, 인간존엄성을 위한 인격교육, 그리고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론의 하나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메시니(Metheny, E, 1968)는 “스포츠를 우리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체험적 가능체”라고 하였다. 최근 기록 단축보다는 의미와 느낌 그리고 감동을 주는 ‘스포츠 체험 그 자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쟁, 승리, 기록, 결과중심에서 상생, 감동, 의미, 과정 중심의 스포츠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기다림과 준비의 평창 스포츠! 선수들은 신체적 탁월성과 예술적인 경기를 발휘하고, 개인들은 기호에 맞는 스포츠를 찾아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 92개국이 참여하는 전 세계인의 축제, 남북단일팀을 구성한 평화의 축제, 이념과 정치, 경제를 벗어난 상생과 조화의 축제, 한국적 아름다음을 전하는 문화와 예술의 축제로 평창의 꿈이 거듭나길 소망해 본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