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호준 울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 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상무

반려동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총칭으로서, 1983년 10월 열린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전까지 사용했던 ‘애완동물’이라는 말에는 ‘장난감’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하여 이 용어에서 탈피해 동물 역시 인간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해 이렇게 불리게 됐다. 함께 사는 개는 ‘반려견’, 함께 사는 고양이는 ‘반려묘’라고 한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1~2도가량 높아서 안으면 따뜻할 뿐만 아니라 포근한 털이 있어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주며, 또한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병원에서 76명의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 도우미견과 함께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에서 현저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1인 또는 2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급증하고 고령화와 미혼인구의 증가도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인가구 비중이 27%,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 또한 4가구 중 1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이전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여러가지 형편이 좋아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부 가정을 제외하고는, 특히 시골집이나 단독주택의 경우 애완견이라고하기 보다는 대부분은 방범용으로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개를 키워오곤 했다. 당시에 가끔 외국영화를 보면 공원에서 노부부가 개와 같이 한가로이 산책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듯한 장면을 보면서 멋있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핵가족시대에서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대부분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인생의 동반자로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도 하고 같이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은 한국에서도 공원에서나 길에서나 반려동물을 안고 가거나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사람과 동물의 큰 차이는 ‘거짓말과 배신을 하는 것’이라는 어떤 옛사람의 얘기가 있듯이, 요즈음처럼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은 거짓말과 배신을 하기도 하는 반면,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을 주는 만큼 사람을 배신하지 않고 순종하면서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시대에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말처럼 반려동물 한마리를 바르게 키우는 것은 어린 갖난 애기 한명을 키우듯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경제적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인생은 만남’이란 얘기가 있듯이, 사람과의 만남 및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간에 생길 수 있는 어떤 오해나 갈등도 조정 및 해소해가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떤 기업가의 책 제목처럼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 대통령의 얘기처럼, 또한 공자 논어의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서른살에는 홀로 우뚝 서고, 마흔살에는 미혹됨이 없이 주체성을 확립해야 되는 나이)라고 하는 것처럼, 사회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책임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은 직장을 구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육아도 책임져야 하며 특히 미래를 위해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기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좋은 점 및 이의 양육에 따른 여러 가지 측면의 부담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우리 젊은 세대들이 해야 될 많은 일을 감안해 볼 때, 혹시라도 핵가족시대에서 맞벌이 생활이 대부분인 요즈음 일부의 젊은 세대들이 주인에게 일방적으로 순종하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사람과의 보다 적극적이고 원활한 의사소통 문제, 갈등조정 및 해소 등의 문제를 소홀히 함으로서,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 및 바람직한 사회생활 적응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배호준 울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 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상무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