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군 땅 학교부지로 내어준 뒤
보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되돌려준
어머니의 유언은 잊지못할 교훈으로

▲ 서수철 국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

지난 13일 화요일 다운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장학금을 수여하기 위해 아침 6시30분 SRT로 울산으로 갔다. 도착은 8시43분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1971년 서울에 온 나는 처음 개통된 고속도로의 고속버스로 고향에 다녔다. 세월이 흐르면서 새마을호,승용차,비행기,그리고 KTX등 변화가 많았다. 지금은 단연 SRT이다. 서울 동남부 지역이나 분당 등에 사는 사람의 경우는 수서역에서 SRT가 개통되면서 울산가는 길이 무척 편하게 되었다. SRT 이승호 사장이 울산사람이라 더 친근한 느낌이다.

2010년 부터니까 어언 8년째 이 학교에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장학금은 우리 집안과 다운고등학교와의 남다른 인연, 어머니의 유언으로 기부되었다. 우리집안은 오랜 세월 대를 이어 다전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왔다. 다전의 농토는 천수답에다 척박해 온 마을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일제시절 가난한 집안의 장남인 아버지는 일본으로 돈 벌러갔다가 해방때 귀국했는데 이때 마을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물을 퍼올려 가뭄에도 농사를 가능하게 했다. 그때 이후로 마을은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겨우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웃들과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근동에서 부러워하는 동네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해 다전들판에 초중고등학교가 한꺼번에 들어서게 되면서 두 분이 평생 일하고 일구어온 논밭이 하루아침에 학교부지로 수용되어, 토지보상금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연세도 많으셔서 텃밭 농사정도로 자족하였지만 농토에 대한 애착이 크신 분들이라 많이 섭섭해 하셨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로부터 수년후 한 해차이로 부모님은 각각 90세 되는해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어느날 외아들인 나를 부르시더니 당신께서 평생을 통해 일구었던 그 땅에 들어선 학교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싶단다. 어려운 이웃은 도와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유언으로도 실천하는 어머니의 말씀은 감동이었고 시골 할머니가 1억원이란 큰 금액을 내놓은 장학금은 그 자체가 사건이었다. 경상일보 2010년9월6일자에 실리기도 했는데 토지보상금의 장학금이라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장학회는 부모님 실명으로 서진해·이기수장학회로 명명됐고 다운고교에 매년 세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2010년 첫 장학금은 한 학생당 100만원으로 고교생에게 주는 금액으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그 수준으로 계속하다가 작년부터 금리가 많이 떨어져 한 학생당 70만원으로 줄어 아쉽다.

자식들의 생각속에는 생전의 훈육이 여러가지로 남아있지만 유언으로 장학금을 실천한 것은 결코 잊지못할 교훈이 된 것은 물론이고 더더욱 우리 집안의 자부심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어머니는 이것을 통해 후손들의 마음속에 영원해 살아있게 된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소소한 노력과 배려가 있어야 보다 살 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 아닌가? 부모님 생각이 간절한 무술년 새해이다.

서수철 국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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