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봉놋방으로 잠입한 일당은 검은 복면을 한 이쿠노의 부하들이었다. 우사 일행에게 왜의 용병이었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이쿠노는 아무래도 우사 일당을 제거하는 것이 정탐활동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부하 중 하나가 사물성 성벽에 붙은 수배 방을 보았다. 현상금이 붙은 하지의 용모파기와 지금 옆방에서 자고 있는 젊은 소년과 얼굴이 비슷했다.

‘대가야의 반역죄인이며 살인을 하고 도주한 하지의 목을 가져오거나 생포한 자에게는 두당 금 오백 냥을 주며, 그와 같이 다니는 우사, 모추를 잡은 자에게는 금 백 냥의 포상을 내릴 것이다.’

그 옆에는 수배하는 세 사람의 얼굴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구체적인 인상착의까지 적혀 있었다.

‘셋은 장사꾼 행세를 하고 다님. 하지는 키가 5척으로 12살의 아이치고는 큰 편이며 얼굴은 귀골인 대가야인임. 하지의 아버지로 자처하는 우사는 금관가야인으로 얼굴이 갸름하고 중국어 일본어 등 여러 개 나라말을 하며 장사를 한다. 대가야인 모추는 키가 6척 장신이며 골격이 장대하고 백련강검을 지니고 다닌다.’

용모파기는 그림 솜씨가 엉망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왜인이 이쿠노에게 말했다.

“대장, 저 셋은 막대한 현상금이 붙은 죄인들이 분명합니다. 세 놈의 수급을 베어 노잣돈이나 두둑하게 챙깁시다.”

다른 부하왜인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이쿠노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반역 죄인라는 것이 저들에게는 현상금을 주고서라도 잡아야할 죄인이지만 우리에게는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저들이 성인으로 섬기는 석가모니 부처도 이웃나라 왕국으로부터 반역의 수괴로 수배당한 적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도 생각한 바가 있다. 일단 호랑이굴 안으로 들어온 셋의 목을 베어 사물성으로 들어가서 포상도 받고, 간 김에 우리의 목적인 성 내부의 정탐을 하기로 하자.”

이쿠노는 사실은 정탐보다도 젊은 하지왕을 비롯해 우사의 일행이 예사로운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될성부른 나무는 싹부터 제거해 후환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쿠노는 모두가 잠든 새벽녘에 이르러 부하들에게 살해 명령을 내렸다.

왜구들이 은밀하게 봉놋방에 잠입해 누워 자는 우사를 칼로 찔렀다.

모추가 기척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베고 있던 목침을 자객에게 던졌다. 목침을 맞은 자객은 뒤로 벌렁 나자빠지면서 우사를 찌르는 칼이 허공을 날았다. 모추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날래게 백련강검을 뽑아 뒤따라 들어온 왜구들의 칼을 받아쳤다. 젊은 시절 야로 철장에서 주물 바가지로 쇳물을 퍼서 주형에 붓곤 했던 모추는 팔 근육이 허벅지만 했다. 모추가 백련강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백 근의 쇠몽둥이로 개를 때려잡은 듯한 위력이 있었다. 힘에 밀린 왜놈들이 한꺼번에 칼을 뽑아 모추를 향해 떼거지로 덤벼들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코살라 마가다 왕국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