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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의 이슈 인터뷰]“미투운동, 피해자가 당당한 세상을 향한 용기있는 발걸음”(7)김혜란 동구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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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9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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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여성들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김혜란 동구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장.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성폭력 저변엔 항상 권력이 자리
힘 없고 어린 여성에 빈번하게 발생
즉각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워
사회적 분위기 형성, 비로소 용기내

성폭력 없는 사회는 사실상 어려워
피해자가 자유로운 세상 만들어야
빈번해지는 학교내 성폭력 문제
사회의 적극적 개입으로 해법 찾아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캠페인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7년 10월 영화제작자겸 감독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는 해시태그 #MeToo를 다는 행동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지현 검사가 8년전 선배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을 폭로하면서 서서히 점화되고 있다. 그동안 성추행과 관련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더 많은 오랜 침묵이 있었다는 증거다.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부산울산경남권역대표를 맡고 있는 김혜란 동구가정성폭력상담소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본다.



-검찰 내 성추행 폭로가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현직 검사가 선배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을 폭로한 일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사례가 적잖았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군분투해온 사람으로서 검사라는 엘리트계층의 폭로에 비로소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 사회에 대해 마음 한켠 씁쓸함도 있다. 하지만 분명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발전적인 결과를 갖고 오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다.”

-서지현 검사가 일기형식으로 고백한 사례를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직간접적으로 적잖이 경험해왔던 일이 아닌가 싶다.

“직급이 낮고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일상적으로 있어왔던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인식조차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직장에서 남자 사원이 실수를 하면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반면 여자사원이 잘못하면 여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중심의 조직이 성역할을 고정화하면서 여성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지 않았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러 가면 수강생들의 질문이 많아졌다. 인식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하지만 여전히 예쁘다고 하는 것도 성희롱이냐는 질문을 한다. 어떤 단어나 문장보다 맥락을 살펴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상대방도 느끼기 마련이다.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단한번의 실수로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미 여러 사람의 경험을 통해 쉬쉬하며 알려진 사람인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의 또 다른 문제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학교 성폭력의 사례가 있다. 한 학생이 교사가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증인도 다른 피해학생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동료교사들이 탄원서를 써주었다. 그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좋은 교사로 인식돼 있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학생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매도됐다. 또 성희롱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조직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 관리감독자나 기관에 패널티가 주어지는 시스템도 문제다. 불이익을 피하려면 일단 덮으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한 뒤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어떤 노력을 해도 성폭력이 없는 사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성폭력 피해자가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것이 성폭력 상담소에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간절한 바람이다. 서검사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피해경험을 외친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보느냐, 어떻게 지원하고 연대하느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여전히 움츠려들게 만드는 사회로 남을 것인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수년이 지난 뒤의 폭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최근에 있었던 재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고발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상대가 힘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오랫동안 힘들어하다가 힘껏 용기를 내어 폭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비정규직 신입사원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했을 때 그 자리에서 하지 말라고 소리 내어 거부하거나 그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 우리 사회에 피해자의 편에서 공감하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피해자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활동이 눈에 띌 때 비로소 폭로할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성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남성과 여성의 대결, 견해 차이에 따른 대립 등 잘못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본질을 못 보는 것이다. 성폭력은 권력 문제이다. 사회문화, 조직, 법, 제도 등 사회구조적 문제다. 지엽적인 부분만 보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 사회적 약자가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건강한 조직은 그 조직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사람까지도 자신의 의견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나 법이 필요한가.

“먼저 직장과 학교 등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성폭력예방교육부터 바꾸어야 한다. 유인물로 교육을 대신하거나 체육관 등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앉혀놓고 일방적으로 강사가 전달하는 식의 교육은 무의미하다. 말하고 행동하고 드러내고 치유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제도와 법에도 문제가 있다. 피해를 호소한 사람이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몇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경우도 있다. 무고와 명예훼손이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가해자에게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는 있으나 근본적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직 동력이 부족하다.

“지난 2월1일 전국 16개 지역의 검찰청 앞에서 ‘법무 검찰은 조직 내 성폭력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으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참여한 단체는 여성단체연합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500개가 넘는다. 울산에서도 상담소시설협의회와 울산여성회 등 적은 규모지만 참여하였다. 이번 서검사 사례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변화의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약한 사람들이라도 힘을 모아 행동하면 달라질 것이다.”

-울산은 남성 중심의 도시로 성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도시인 반면 여성운동은 미약하다.

“울산의 특수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성운동을 주도하던 진보적 활동가들이 노동운동과 정치영역으로 옮기면서 여성운동 자체로 발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노동과 정치영역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지켜 활동한다면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다.”

-최근 울산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학교내 성폭력 문제는 따로 떼놓고 봐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어떤 사회보다도 학교가 정의로워야 한다. 어린 학생들은 성폭력 발생과 그 후 처리과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학습한다. 성폭력 피해는 학생들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도적인 면에서 사립학교가 더 문제다. 재단 측이 징계권을 갖고 있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것은 권고가 고작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에 공권력이 개입하면서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는 것처럼 ‘학교성폭력’에도 더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절실하다.”

-울산지역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는 기관은.

“해바라기센터, 동구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 울산성폭력상담소, 남구가정성폭력상담소, 울주군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쉼터 등이 있다. 지역적 제한은 없다. 피해자가 편한 곳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김혜란씨는
- 동구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 소장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부산울산경남권역대표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 울산광역시 교육청 징계조정위원회 위원
- 울산시 동구 인권위원회 위원
-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울산권역대표 역임
- 여성부 남녀차별개선 및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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