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교육시계’가 2월부터 움직인다. 울산시교육청은 초·중·고등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새학년 교육계획 준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3월에 가서야 새학년이 시작되던 교육계의 새로운 시도다. 이에따라 봄방학기간인 20~22일 3일동안 울산지역 초·중·고 교직원들은 전원 학교에 출근해야 한다.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 나오면 교육계획을 짜느라 1~2주를 보내는 등 학생 교육 활동에는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새학년 준비는 봄방학의 원래 취지다.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도 새로운 학년의 수업과 학교 생활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휴업기간을 두는 것이 봄방학이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이 기간동안 달력 등의 빳빳한 종이로 책의 겉표지를 입히면서 새책을 미리 읽어보는 등 새학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교사들 역시 개인적으로 새로 맡게 되는 학년의 교과 과정을 준비하거나 담임을 맡은 학생들의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왔다. 학생이나 교사들이 제각각 새학년을 준비하는 기간인 셈이다.

그런데 울산시 교육청이 교사들을 학교에 출근해서 새학년을 준비하도록 했다. 울산 뿐 아니라 충북도와 세종시 등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된다. 아마도 3월에 새로운 수업준비로 허둥대는 교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몇몇 교육청이 이같은 시도를 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소 방만했던 교사들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교육계획을 짜고 새 학기에는 아이들의 교육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교육청의 목표대로 충실하게 교육계획을 짜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연히 행정력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교장, 교감, 행정실 관리직까지 천편일률적으로 출근하게 하는 것이나, 방학이라고 다른 계획을 세워놓았다가 예상치못한 ‘호출’에 억지로 출근하게 된 교사들이 과연 이 ‘새학년 교육계획 준비기간’을 효율성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것인지 걱정이다.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교육계획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지도 의문이다. 사실상 학교를 옮기는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대개의 교사들은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방학기간 중에 다음 학기 준비와 교사들간 업무 분담을 위해 한두차례 출근을 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각자 또는 동학년, 과목별 교사들끼리 해오던 일을 전체 교사가 출근해서 함으로써 효율성이 높아지거나 3월에 가서야 수업준비를 하는 방만한 교사에게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으나 공연히 교사들의 자율성만 훼손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의 자율성이 높을 수록 교육현장의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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