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간호사 자살 관련
선후배간 갑질 수사·처벌등
靑 게시판 국민청원 잇따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일어난 간호사 자살 사건이 간호업계의 고질적인 ‘태움’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뒤 고질적인 폐습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오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태움’과 관련한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20개 이상 올라왔다.

‘간호사 태움 없애는 방법’ ‘태움 , 선후배 간 갑질 처벌 의무화’ ‘간호사 태움문화와 처우개선 및 신규간호사 자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요청합니다’ 등이 대표적인 글이다.

이번 사건이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져야겠지만 이 기회에 근본 문제를 따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게 간호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과 그런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교육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이는 직장 내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고 일선 간호사들은 설명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중 이날 오후 6시 기준 914명의 청원을 받은 ‘간호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이상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글에서는 태움을 “몇몇 인성이 나쁜 간호사들 때문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이 간호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존재하는 문화”라고 꼬집었다.

청원자는 “병원의 간호인력 보충을 법으로 강제해달라”며 “밥 한끼 먹지 못하고 화장실 한번 가지 못해서 환자보다 앓고 있는 간호사에게 단지 ‘친절하라’고 강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면서 “병원에서 간호사 1명당 보살피는 환자의 수를 줄이는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신규 간호사들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오는 업무 스트레스에 태움까지 더해져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경력 1년 미만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태움문화가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대개 신규 간호사는 선배 간호사인 프리셉터(preceptor)와 항상 함께 다니면서 일을 배우는데, 절대적으로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을 가르친다’는 행위 자체가 조직에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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