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 부산 대안으로 울산 주목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해
영상산업,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야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장

영화제작에 있어 스튜디오(흔히 세트장) 촬영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는 크게 로케이션(야외 촬영)과 오픈(실내 촬영), 그리고 스튜디오(세트) 촬영으로 구분된다. 촬영 현장의 감독과 배우, 제작팀은 스튜디오 촬영을 주로 선호한다. 스튜디오 촬영의 장점은 첫째, 원하는 모양으로의 세트장 설비가 가능하고, 둘째,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촬영 가능하고, 셋째, 감독과 배우 모두가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주변의 방해 없이 신속하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 스튜디오 촬영이 시작된 건 1924년 6월 우리나라 최초 영화촬영소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당시는 시네마를 키네마라 했다)가 부산 중구 대청동(복병산 숲속)에 설립되면서부터다. 한참 뒤인 1997년 ‘남양주 영화종합촬영소(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가 완공되면서 한국영화는 전환기를 맞게 된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약 40만평의 면적에 3만평 규모의 영화촬영용 야외 세트와 다양한 6개의 실내 촬영 스튜디오, 녹음실, 각종 제작 장비 등을 갖춘, 그야말로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작 시설로서 한국 최고의 영화제작 메카라 할 수 있다. ‘시나리오 한 권만 있으면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원스톱으로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스튜디오로 연간 한국 제작영화의 40~50% 수용하고 있다. 개관 후 지금까지 1700여 편의 영화와 영상물이 제작됐다.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쉬리’와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가 출연한 ‘공동경비구역JSA’의 명장면이 바로 이 곳 야외 세트와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연간 37만여 명이 다녀가고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영화문화관, 영상원리체험관, 의상실, 소품실 등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양한 영화 체험시설을 즐길 수 있다.

이런 거대한 남양주스튜디오의 역사는 곧 영화도시 부산시가 새롭게 이어가게 된다. 2013년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부산을 ‘글로벌 영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대형 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글로벌종합촬영스튜디오(글로벌 영상 인프라)’를 짓기로 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종합촬영소’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기장 도예촌 관광지’ 일원에 건립될 예정으로 부지 규모는 24만9490㎡이다. 스튜디오는 1만410㎡ 규모의 건물 3개 동(1000평·650평·450평)으로 이뤄진다. 예산은 660억원이다. 2005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시작된 종합촬영소 이전 사업은 시행착오 끝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메카인 부산에서 현재 연간 40~50%의 영화들이 촬영 제작되고 있다. 앞으로 2020년 부산종합촬영소가 완공되면 서울 인근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제작되던 영화들이 어쩔수 없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면, 부산에서 촬영되는 영화는 스튜디오 촬영을 포함해 한국영화촬영의 70~80%로 늘어날 것이며 한 해 60~70편이 부산과 인근에서 촬영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한국영화의 제작 시스템이 부산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기장과 울산은 불과 20~30분 거리다. 잔은 가득차면 흘러 넘치게 마련이다. 포화 상태인 부산 촬영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울산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인 초청 팸투어’를 계기로 작년과 올해 한국영화들이 울산 촬영을 마쳤거나 준비하고 있다. 한석규, 설경구 주연의 ‘우상’과 호러 스릴러 ‘속닥속닥’ 그리고 올 4~5월 촬영 예정인 영화 ‘마지막 숙제’도 울산 70~80% 촬영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 맞춰 울산시가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산업을 육성키로 하고 발전방안 모색에 나선 건 반가운 소식이다. 시는 지난 2016년 울산대교와 마성터널 등을 일부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공조’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역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30일 ‘울산 영상산업 발전방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단순히 영화제작 지원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산업으로 영상산업 육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지역 영상산업을 통해 시민의 문화 향유기회 확대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이번 용역 조사를 통해 장기적인 울산의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으로 미래 먹거리 영상문화산업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