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모추가 기합을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애지녘에 죽었어야 할 놈들, 밤 동안 목숨을 벌었다!”

모추는 백번 벼린 백련강검을 단검 휘두르듯이 휘두르며 베어나가자 왜구들은 초식도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가공할 만한 모추의 검력에 왜인들은 하나 둘 쓰러지고 남은 놈들은 게걸음치며 어둠 속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도망간 왜인들이 곧 원군과 함께 나타나 집단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었다. 어차피 방이 붙어 낮에는 움직이기 힘들었다. 하지왕은 우사와 모추와 함께 아침해가 떠오르기 전에 주막을 빠져나왔다. 셋은 나루터에 매어놓은 배를 타고 사물강을 건넜다.

남해 바다의 해돋이가 시작되었다. 일출의 장엄한 햇살이 천의무봉의 부드러운 붉은 햇살 자락을 배와 바다에 드리웠다.

우사가 나루터에 발을 디디면서 모추에게 말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네.”

“저는 후누 장군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두 분을 호위하라는 엄명을 받았습니다.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왜놈을 막지 못해 위해를 받게 한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

하지왕이 모추에게 말했다.

“모추, 네가 있으니 어딜 가도 든든하네. 도망간 이쿠노는 반드시 이리로 되돌아올 거야. 놈들이 사물성을 노리고 정탐 온 게 분명해. 헌데 이걸 사물성 한기에게 알려야 할 텐데.”

우사가 하지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사물성 앞 객잔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지왕은 와룡산 와륵선생을 만나는 게 바쁘긴 하지만 사물성을 지나쳐 가는 길에 한기를 한 번 만나 왜놈의 동향을 일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물성 한기가 현상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염려가 되었다. 믿었던 건길지마저 현상금에 현혹돼 신하들의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았던가. 틀림없이 사물국의 한기도 비화국의 한기 건길지의 뒤를 따르겠지만 왜구에게 위태로운 사물성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우사가 하지왕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마마, 여기까지 왔으니 제가 잠시 사물왕 한기를 만나 왜놈들의 침입을 전하고 오겠습니다. 대왕께선 모추와 함께 객잔에 머물고 계십시오.”

“그건 위험하오. 죽더라도 함께 죽고 살더라도 함께 삽시다.”

“저는 염려 마십시오. 한기 소가주는 저와 면식이 있고 술도 함께 한 적이 있어 저를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제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하지왕이 우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정 그렇다면 모추를 데리고 가시오. 나 혼자 객잔에 머물겠소.”

“그건 제 목이 베어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안 됩니다. 차라리 지금 우리 모두 와룡산 와륵선생에게 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물성에 왜구의 침입을 알리지 말란 말이오. 비록 내가 나라도 없는 무관의 왕이지만 가야를 생각하면 그건 나도 절대 안 되오. 이건 어명이오. 모추를 데리고 가시오.”

 

우리말 어원연구

목. 【S】mokh(모크흐), 【E】throat. 참고로 ‘목줄’은 산스크리트어로 ‘mokjri’, 목구멍은 ‘mokhumu’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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