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기술 분야 연구인력
연구결과물 관련 사업기회 많아
기회 잡을 수 있는 능력 길러야

▲ 황윤경 UNIST기술창업교육센터장

기업가정신은 영어로 ‘entrepreneurship’이며 ‘무엇인가를 모험적으로 시도하다’라는 프랑스어 ‘entrepreneur’가 그 어원이다. 한자로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이라는 단어에 사용되는 꾀할 기(企) 대신 일으킬 기(起)를 써 起業家정신으로 표기한다. 한마디로 모험적인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필요한 스킬교육을 일컫는다.

그럼 연구개발에 매진해 국가경쟁력을 드높여야 할 과학기술인력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기술인재가 사업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서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고 누구에게나 사업을 하게 될 우연은 찾아올 수 있지만 그 우연이 과학기술자들에게 더 크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낯익은 기업가를 한번 떠올려보자. 이해진(네이버), 김범수(카카오), 래리페이지(구글),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고든 무어(인텔). 모두 이공계출신이다. 미국 포브스지 선정 400대 기업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기업별 최고경영자 최종학위를 기술과 경영으로 분리해보면 기술적 배경을 가진 CEO들이 경영학출신의 CEO보다 훨씬 더 많고 탑 50대 기업에는 MBA(경영학석사) 출신이 5명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과학기술자들은 연구결과물로 인해 어떠한 형태로든 사업을 일으킬 기회가 높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기업가들도 자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삼성SDS에서 개발자로 검색엔진개발팀장을 맡다가 기업가가 된 경우이고 고든 무어도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던 중 인텔을 창업했다.

기회는 아무때나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없으면 온 줄도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17세기 중국에서는 은이 화폐로 유통되면서 금보다 귀한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은은 보통 납광석에 함유돼있어 채출하기 어려웠는데 납광석에서 은을 효율적으로 분리 채출하는 법(연은분리법)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가 놀랍게도 우리나라라고 한다. 조선 연산군때 김감불과 김검동이 납과 은의 용융점의 차이를 이용해 납광석에서 은을 깨끗하게 분리해 보였지만 조선의 어느누구도 이 기술의 사업적가치를 알아보지 못했고 기술은 활용되지 못했다. 반면 기술의 가치를 일본은 즉각적으로 알아보고 그들의 이와미 은광에 적용했다. 그 결과 당시 전세계 은의 3분의1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은 생산국이 되면서 막대한 경제적인 부를 누렸다. 속된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 격이다.

이러한 예는 역사 군데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푸른 곰팡이 페니실린을 영국의 과학자가 발견하고 그 뒤를 이은 몇몇 영국 과학자들이 이를 의약품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정작 이를 대량생산으로 제품화해 항생제로 세상에 유통시킨 것은 미국 제약회사 파이자였다. 항생제 대량생산의 핵심기술인 발효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영국을 대신해 미국기업이 영국이 개척한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엄청난 경제적인 부와 인류발전에 공헌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파이자는 이때 획득한 부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또 다른 신약 비아그라를 탄생시켰다.

과학기술인력에게 기업가정신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인재들은기술개발에 따른 사업기회 포착능력, 즉 기술사업화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이라고 말한 파스퇴르의 말처럼 자신의 연구개발결과를 사업화하고 말고는 개인의 의사에 달렸지만 적어도 몰라서 놓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칼텍을 졸업할때까지 기업가가 되겠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비즈니스에 대해 교육받은 적도 없고 졸업할때까지 화학, 수학, 물리와 관련된 과목만을 수강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창업을 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을 그전에 좀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고든 무어의 말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황윤경 UNIST기술창업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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