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비교적 눈 소식이 잦은 호남서해안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효되고 있다. 불조심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개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어 대기가 건조한 편이긴 하지만, 올 2월엔 평년보다 눈의 띄게 눈이나 비가 적게 내렸다. 당분간 건조함을 크게 달래줄 눈비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건조한 날씨는 지속되겠다.

보통 공기가 수증기를 품은 정도를 말하는 습도를 가지고, ‘건조하다’거나 ‘습하다’라고 결정짓는데. 절대습도, 상대습도, 실효습도 가운데 ‘실효습도’를 통해서 화재 발생 가능성 예측이나 물질의 건조도 등을 추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면 불이 옮겨 붙기 쉽고, 40% 이하에서는 불이 잘 꺼지지 않는다. 실효습도가 30% 이하일 경우는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에서는 실효습도가 3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는 건조주의보를, 25% 이하의 상태가 2일 이상일 때에는 건조경보를 발표한다.

건조한 날에 화재가 더 잘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목재와 같이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의 건조도가 많이 낮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조한 공기는 산소를 압축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이다. 따라서 불이 붙었다하면 짙은 농도의 산소가 공급돼 연소속도를 증가시켜서 작은 불씨에도 대형화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바람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하는데,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아주 위험한 기상조건인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최초로 불을 사용해 인류의 진화를 더욱 가속시켰다. 우리 생활에서 불은 꼭 필요한 존재지만, 화재로 다가올 경우 일순간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

눈부신 봄 햇살이 비추는 요즘, 봄 산이 손짓을 한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봄날 작은 불씨도 주의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화재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늘 얘기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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