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군산공장 폐쇄 강건너 불 아냐
울산도 주력산업 침체 위기 타개 위해
노사 한마음으로 상생의 길 모색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제너럴모터스(GM)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까지 5월 폐쇄된다는 소식에 군산은 패닉 상태다. 실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5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폐업했고 사내외 생산직 근로자 5000여명이 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한국GM 군산공장이 5월 폐쇄되면 군산공장 근로자 2000여명과 나아가 1·2차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합치면 최대 1만여명이 거리에 내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 상권 붕괴는 물론 군산 경제, 더 나아가 광역지자체인 전북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군산 소식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조선경기 침체에다 자동차 산업 위축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울산이기에 군산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울산 주력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종이 기대 이상의 호황으로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미 울산시민들이 느끼는 경기체감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군산공장 폐쇄 사태의 원인을 두고 GM은 임금수준 등 한국GM의 고비용 구조를 들고 있다. 노조와 정치권 일부에서 GM의 경영부실이 원인이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대기업 근로자의 고임금 등 고비용 구조가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라는데는 큰 이견은 없는 듯하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주체라는 점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할리가 없다.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조선분야를 분사하고 보유자산을 잇따라 매각하는 등 치열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노사 모두 생존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어 극심한 진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2016년과 2017년도 2년치 임단협을 3년차인 지난 설 연휴 직전에야 어렵사리 타결시킨 바 있다.

현대자동차의 2017년 임단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년보다 2달 가량 빨리 교섭에 들어갔지만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서야 완전 타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자동차시장 위축에 따른 경영위기 등을 두고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며, 임금성 부분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 더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우선 조선과 자동차 모두 지난해에 비해 경영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게다가 두 회사 노조 일각에선 지난해 교섭성과가 미흡했다며 보상심리(?)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있는 산업수도 울산을 군산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울산을 두고 ‘말뫼의 눈물’(조선), ‘디트로이트의 몰락’(자동차)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안팎의 경고음이 계속돼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울산에 대한 투자는 물론 지역경제와 울산의 근간인 기업의 성장을 멈추게하는 한 원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30여년 전 노동자대투쟁이 울산에서 시작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노조도 기업 운영의 한 축으로서 인정받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귀족노조 살 찌우기, 투쟁을 위한 투쟁 등 노동운동만을 위한 노동운동이란 쓴소리도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기업여건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노조가 변화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경직된 요구에만 매달린다면 기업체는 물론 지역공동체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극심한 글로벌 경쟁 속 구조조정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조합원 임금·복지 향상만 외치는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시장이 올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하면서 “울산지역의 노사관계가 너무 경직돼 있다. 울산 하면 노사관계가 매우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기업체가 투자유치나 새로운 산업 진출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 노동운동도 성숙할만큼 성숙했고, 사용자 측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배려에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 이제는 대립의 구조가 아닌 상생 발전의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노사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강력히 희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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