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정치권에서 국립병원 건립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다툼은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토론회를 통해 산재모병원이 옳은지, 혁신형국립병원이 옳은지를 가려보기로 한 가운데 노동당·녹색당·민중당·정의당도 22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 한국당에 공동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들 정당들은 겉으로는 ‘국립병원을 정쟁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실상은 정쟁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자당이 하면 정쟁이 아니고, 타당이 하면 정쟁이라는 말이다. 국립병원 설립에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단지 논의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투어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회 개최를 주장하는 것이 정쟁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시민들의 오랜 숙원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다름 아니다.

산재모병원이든 혁신형 공공병원이든 어떤 형태든 울산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뒤처져 있는 울산의 의료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립병원을 건립하는 것이다. 국립병원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대선공약이지만 아직도 가시적 성과는 없다. 전 정권은 전국의 산재병원 컨트롤타워이자 연구기능을 갖춘 산재모병원을 내세웠으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핑계로 제자리걸음만 거듭했다. 현 정권은 혁신형 국립병원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아무런 추진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국립산재모병원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리도 하지 않아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두고보면 이들 두 정당의 울산시당이 과연 국립병원 설립을 두고 가타부타할 자격이 있기나 한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울산은 국립 문화·복지시설이 하나도 없다. 광역시가 된지 20년이 넘었으나 문화적 인프라는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다. 국가 시설이라곤 국가산업단지 2곳과 항만이 고작이다. 우리나라 근대화를 위한 생산기지로만 성장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지난 50여년 우리 정부가 울산을 바라본 시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정치권은 생색내기용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립병원이 울산 최초의 국립 문화·복지시설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도 모자랄 시점에 산재모병원이냐, 혁신형 국립병원이냐를 두고 두갈래로 나뉘어져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목표는 국립병원 설립이다. 여야 모두 각자의 정치력을 동원해 정부의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울산시민들에게 알리고 국립병원 설립에 한발짝이라도 다가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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