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승, 2인승에 가려 주목받지 못해…수많은 반복 훈련으로 기량 급성장

▲ (평창=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주행을 마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봅슬레이 대표팀에서 메달 기대주는 사실상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뿐이었다.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세계랭킹 1위인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월드컵 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윤종, 서영우에 '다른 두 선수'가 추가된 4인승 팀은 한 번도 월드컵 메달을 수확한 적이 없다. '다른 두 선수'의 멤버도 여러 번 바뀌었다.

이런 4인승 팀이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불과 16일 앞둔 올해 1월 24일이었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이 '평창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던 중 불쑥 "왜 아무도 4인승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고 물으면서다.

그는 "내가 느끼기에는 2인승보다 4인승의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며 "4인승 경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폭탄선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이에 앞선 2017∼2018시즌 상황은 이랬다.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던 2인승 팀(원윤종-서영우)은 시즌 초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올림픽 '올인' 전략에 따라 국내로 복귀했다.

원윤종, 서영우와 함께 전정린(29), 김동현(31·이상 강원도청)으로 최종 팀을 이룬 4인승도 당연히 평창에서 훈련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해 12월 5일부터 평창 트랙에서 수많은 반복 훈련을 소화했다.

▲ (평창=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인승과 달리 세계 정상권과 거리가 있던 4인승 팀의 기량이 이 기간에 엄청나게 향상됐다.

2인승과 4인승의 공동 '파일럿'(썰매 조종수)인 원윤종은 2인승 연습에서 터득한 비법을 4인승 주행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결국, 자신감을 얻은 이 총감독이 기자들에게 "4인승도 기대해달라"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2인승은 올림픽 금메달, 4인승은 동메달에 도전한다고 천명했다.

월드컵에서 포인트를 쌓지 못한 4인승 팀의 세계랭킹은 50위까지 추락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29개 출전팀 가운데 가장 낮다.

1차 시기 순번 추첨 때부터 '행운'이 따랐다.

세계랭킹 최하위 7개 팀 간 추첨을 통해 전체 첫 주자로 1차 시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추첨 결과에 따라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설 수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썰매 종목에서는 출발 순서가 뒤로 밀릴수록 불리하다.

경기를 치를수록 썰매 날에 의해 트랙 위의 얼음이 깎이고 파이면서 노면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국 썰매 개척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 겸 MBC 해설위원은 경기 하루 전 "외국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평창 트랙을 타봤다는 점과 공식 연습주행 기록, 출발 순번 등을 고려하면 금메달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은 1차 시기에서 2위(48초65), 2차 시기에서 4위(49초19)에 올랐다. 1∼2차 합산한 순위는 2위(1분 37초 84)다.

최종 순위는 이튿날 펼쳐지는 3∼4차 시기 주행 기록까지 합산해 매긴다.

'전공'이나 다름없던 2인승에서 최종 6위에 머문 대표팀이 '부전공' 취급을 받던 4인승에서 메달을 걸면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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