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관한 디지털안전체험관은
위급상황 꾸민 가상현실 체험으로
보다 쉽게 안전 대피요령 알려줘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성원으로 분위기가 뜨거웠던 올 설에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입상의 낭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포항 지진에 대한 염려와 함께 야간에 발생한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파와 강풍에 이어 겨울가뭄까지 겹치면서 바짝 말라버린 산과 들은 작은 불씨에도 자칫 큰 재난으로 번질 수 있기에 화재와 재난 예방에 국민적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은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3년 2월18일 오전 중앙로역에 정차중인 전동차 내부에서 50대 남자승객의 방화로 인해 역사 내부와 전동차 2대(객차 12량)가 전소되고, 343명의 사상자(사망 192, 부상 151)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는 615억 여원의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화재 발생 당시 승객들이 갑작스런 상황에서 출입문 수동개폐 방식을 인지하지 못한 면도 있지만 기관사의 초기 화원진압 실패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종합사령실에서 열차 진입금지 등의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못함에 따라 인명피해가 크게 늘어난 대표적인 인재(人災)라 하겠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는 지하철 운영기관 및 관공서, 기관과 기업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큰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 안전과 소방에 대한 제도와 시설, 장비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전국 지하철 운영기관의 전동차는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가스와 매연을 다량 생성해 질식사를 유발했던 내장재(바닥, 좌석 시트, 벽면, 광고판 등)를 전부 불연재 또는 난연재로 교체했으며 지하철 승무원과 역무원은 물론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과 유도대피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화재 시 대응능력을 향상시켰다. 지하철 이용시민들에 대하여도 화재 및 이례적인 상황 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민방위의 날에는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훈련을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소방관서에서도 재난대응훈련과 함께 안전체험관 운영으로 시민들의 안전의식 향상과 재난대응 능력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불행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고무적인 결과라 하겠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이었던 지난 9일 오후 서울지하철 7호선 반포역에서는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의 유휴 공간을 개발해 조성한 디지털 안전체험관은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통해 지하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급한 상황에 대한 안전체험을 할 수 있으며 마네킹이나 시뮬레이터를 이용, 심폐소생술 체험 등 위급상황 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역사 승강장 화재, 승강장 진입 시 열차 내 화재, 터널 내 운행 중 열차 내 화재 등 여러 상황을 설정해 가상현실(VR)을 보며 쉽고 빠른 안전체험을 통해 대피 등 행동요령을 익힘으로써 실제 화재가 일어났을 때에 대비하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전동차운전연습기(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전동차 조작 및 기관사 운전체험, 소화기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소화기 사용법 익히기와 가상화재 현장을 직접 진화해보는 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훌륭한 교육 및 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안전교육 평생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안전수칙과 행동요령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며 커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7호선 반포역의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을 개관하면서 부모님들과 함께 가상현실(VR) 체험을 통해 화재 등 위급상황 시 행동요령을 배우는 지하철 안전교육을 널리 알려 드리고자 한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