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남측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5일 오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 폐회식 대표단 참석
한국 “천안함 폭침 주범”통일대교 남단서 반대농성
與 “국제적 망신” 맹비난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육로 이동 경로인 경기도 포천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 물리력 행사에 나서자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하는 등 정면 충돌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의 별도 회동이 성사될 경우 보수 야당의 추가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북측 대표단 방남에 따른 정국 경색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여권인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에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가 김 부위원장이었다는 점을 거듭 부각시키며 한국당의 태도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을 겨냥, “김 부위원장 방남에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우리 정부 역시 대승적 차원의 이해와 양해를 말씀드렸다. 도로에 드러눕고, 점거하는 과격한 시위로 일관하는 한국당의 작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25일 오전 홍준표 (오른쪽에서 세 번째)자유한국당 대표, 김성태(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 및 김무성(맨 오른쪽)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위원장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과 당원,보수단체회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저지하기 위해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통일대교에서 농성을 벌이는 한국당의 행위는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훼방놓기 위한 행태에 불과하다. 제1야당의 드러눕기와 막말에 많은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 성공적 올림픽에 최악의 오점”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한국당 울산출신 정갑윤, 강길부, 이채익, 박맹우 의원과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당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무성 의원 등은 지난 24일 오후 7시부터 통일대교 남단 도로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해 25일 오전 11시30분까지 계속했다. 훙준표 대표는 농성에서 “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로의 변혁을 통해 남북 연방제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김영철의 방한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농성 중 ‘김영철 즉시 사살’ ‘철천지원수’ ‘살인마’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한국당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을 환영하는 정부의 안보의식과 대북정책이 경악스럽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회의를 한데 이어 26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규탄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김 부위원장 방남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국회 보이콧에는 선을 그으며 한국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편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49분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9시53분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들을 CIQ에서 영접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CIQ에서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방남 소감 한마디 말씀해 달라’는 등의 취재진 잇단 질문에 다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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