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등 주력업종 위기
노사 신뢰 회복과 양보를 통해
진정한 상생협력으로 극복하길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최근 정부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관련 파문 및 청년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추경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3일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근로자들의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으며 협력업체의 피해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이후 이미 한번의 어려움에 내몰린 지역 상황에서 근로자 수가 3배나 많고 136개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는다면 가족까지 포함한 5만여명의 생계와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게 돼 지역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군산지역을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실업, 취업, 고용안정 등 종합지원을 위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 절차를 밟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상황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이 GM 군산공장 폐쇄를 전제로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중간단계 조치는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군산의 이러한 상황은 조선업종 위기와 최근 자동산산업의 침체 등 우리지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울산도 조선업의 해양플랜트 분야 손실 증가 및 신규수주 급감 등 극심한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는 등 동구지역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고용위기지역 지정절차를 추진하고 3월 정식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고용위기지역이란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라 고용사정이 현저히 악화된 지역을 말하는데 동구는 평균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2014년 7만1972명에서 2017년 5만2815명으로 26.6%가 줄어드는 등 이에 대한 요건이 충족된다.

조선업 경기 회복도 단기간에는 불가해 더 많은 퇴직자가 사내외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정부와 기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상생을 위한 정교한 대책마련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도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과 임원감축, 희망퇴직, 경영개선계획 발표, 분사 등 뼈를 깎는 강도 높은 대책을 진행하고 있으나 40%에 달하는 사내외 조선업 하청업체 근로자와 가족들은 수십년간 일한 삶의 터전을 갑자기 잃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심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아직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낮은 기성단가와 주당 근로시간으로 실질급여가 최저임금에도 겨우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자동차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내수시장 수입차 판매 증가, 원화가치 상승과 엔화가치 저하, 노조파업과 통상임금 사안 등으로 현대자동차의 국내외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울산공장의 자동차 생산 위축은 물론 이로 인한 장기적인 지역 고용감소의 우려도 있다. 한국자동차는 아직 일본과 독일의 경쟁사만큼 고급화 이미지를 얻지 못한 상황이고, 품질측면에 있어서는 중국자동차와 격차가 줄어들다 보니 생산량 800만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성장하면서 역사를 써가던 한국자동차업계의 판매 둔화는 노사 모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해외 이탈로 양질의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납품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국내 생산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 30% 대에 머무르고 있다. 노사 간의 반목과 고임금·저생산성, 연례 행사처럼 진행되는 파업 등이 이대로 관성화된다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울산의 명성도 사라지고 결국에는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 대기업 노사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함께 우리 자녀들의 미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상호간의 신뢰와 양보의 정신이 필요하다. 함께 공존하고 있는 하청업체에 대한 진정 어린 상생협력의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야할 시기인 것이다. 최근 주물제조협회는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협회 회원사들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금형·도금·용접과 같은 뿌리산업은 대표적인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으로 저임금에 인건비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만 대기업에서 납품 단가를 두 번이나 깎았다는 어느 영세사업장 대표의 힘없는 외침이 더 이상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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