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모추와 우사는 망루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오라에 묶여온 자는 하지왕이 분명했다.

소아주가 하지왕의 목에 칼을 대고 소리쳤다.

“모추와 우사! 칼과 창을 버리고 항복하라!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너희 주군 하지왕의 목을 베어 돼지우리에 던질 것이다.”

모추는 망루에서 창과 칼을 아래로 던져 버리며 말했다.

“소아주, 난 오늘 네가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모추와 우사가 무기를 버리고 망루에서 내려와 묶인 하지왕에게 엎드렸다.

모추가 주먹을 부르쥐며 말했다.

“마마, 소신이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황송하옵나이다.”

하지왕이 모추와 우사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오. 내가 어리고 힘이 없어 그대들을 잡히게 했소.”

소아주가 옆에서 이를 보다 홍소하며 말했다.

“잘들 논다. 네 놈들이 나의 생일잔치를 망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모추의 괴력을 경험한 병사들은 모추를 몇 겹으로 단단히 묶어놓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모추가 묶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잘 묶어. 나에게 틈을 주지 말고. 틈만 주면 다들 죽여버릴 테니까.”

“이런 개새끼가!”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솟은 사물국의 병사들은 모추를 소가죽 자루에 담아 목만 달랑 내놓게 묶은 뒤에 몽둥이찜질과 주먹질, 발길질을 마구 퍼부어 분풀이를 했다. 그들은 모추의 온몸이 가짓빛으로 멍들고 얼굴이 피곤죽이 되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두들겨팬 뒤 모추를 성안 뇌옥에 쳐 넣었다. 모추를 처리한 소아주는 하지왕과 우사를 묶어 파흥해 시르죽은 잔칫상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소아주가 우사에게 말했다.

“금관가야의 태사령 우사지? 제국회의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나와 같이 술을 했던가. 자네와 마신 술맛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

“오늘도 술맛이 없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오.”

“현상금이 두둑하게 붙은 세 사람을 잡았는데 술맛이 없을 리가 있겠나. 자, 다시 풍악을 울려라!”

가척과 악공과 무희들이 다시 들어오면서 우사와 모추의 난입으로 난장판이 되었던 연회장은 다시 흥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왜에서 건너온 기녀들은 샤미센 음악에 맞춰 치부만 구슬고쟁이로 가린 채 거의 알몸으로 춤을 추었다.

왜술에 취한 소아주가 하지왕에게 말했다.

“하지대왕, 대가야 회령대왕의 아들로, 다시 한번 가야를 부활시킬 영명한 군주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었소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지오? 적지 않은 상금이 걸린 왕의 머리를 베어 부족한 사물성의 살림에 좀 보태겠소이다.”

 

우리말 어원연구

틈. 【S】tim(팀), 【E】silent 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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