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만 소지한 정치인이 아닌
사회복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한
현장전문가의 정치적 약진 기대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6·13 지방선거가 105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정당들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공천과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지난 설 연휴 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종전과 같이 교육감선출과 광역·기초의원의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도 함께 진행된다. 또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도 예고돼 있으며 일부에선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야 해서 유권자가 선택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행사가 많은 것은 어떻게 보면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후보,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투표를 처음하는 청년층이나 앞서 열거한 다양한 선거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계층에서는 이번 선거의 복잡함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권리를 포기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서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최선의 후보와 정당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하고, 차선의 후보도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 국민된 의무다.

필자는 정치를 ‘생각이 다른 다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정의한다. 이는 사회의 질서유지와 평화를 위해 고대사회부터 현대사회까지 이어져 내려온 문명국가의 보편적 수단이다. 사회를 통해서 삶을 유지하면서 나의 삶과 직결된 이익들이 국가나 지역의 정책에 반영되고 관철해줄 정당, 정치인을 선택함으로써 민주적 선거제도는 유지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내 의견을 관철시켜 줄 정당이나 후보자는 진실되고 정의로운 것처럼 느끼거나 포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를 정의롭지 못하게 여기기도 한다. 나아가 물리쳐야할 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면 내 의견, 우리 진영의 이념도 나의 이익, 우리의 이득과 일치하는 것이지 절대적 진리는 아니다. 따라서 내 생각만 옳은 진리라고 착각하는 순간 원래 정치가 가졌던 목적인 사회질서나 평화는 사라지고 구성원 간 갈등만 더 커진다. 이번 선거는 그런 갈등의 반복이 아니라 민주주의 꽃, 진정한 국민의 축제로 거듭나는 선의의 경쟁과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현대사회의 다른 제도중 하나인 사회복지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차별과 조건없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다 같이 행복하기를 지향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제도는 일정부분 정치제도의 지향점과 상당히 닮아 있다. 여기서 굳이 정치전문가와 사회복지전문가의 차이를 따져본다면 정치인은 정치권력 획득을 위해 복지적 공약을 내걸고 정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사회복지인은 사회복지제도 안정화를 달성해줄 인물과 정당을 지지함으로서 복지사회를 완성케 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인과 정치제도를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치러진 선거에서는 전자의 경우 즉, 정치인이 복지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많았고, 후자 즉, 사회복지전문가가 정치를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물론 그동안 당선된 지방 또는 중앙 정치인 중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회복지사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저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소지한 자격전문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제도화된 정치권내에서 펼쳤던 사회복지 관련정책들은 늘 현장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피부에 와닿지 못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울산시에는 200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공공 및 민간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한다. 그동안 사회복지현장을 묵묵히 지켜왔던 그들 중에는 정치적 역량을 갖춘 사회복지사들이 많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사회복지사자격증만 갖춘 사람이 아니라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에서 사회복지서비스와 사회복지행정을 주된 업무로 일해 온 경험 많은 현장 전문가들의 정치적 약진을 기대해 본다. 이는 그동안 현장사회복지사들이 목말라했던 사회복지정책이 지방정부의 적극적 정책으로 반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약이 시민의 삶을 자선이나 시혜의 수준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그런 임의적 수단이 되지 않길 바란다. 여야를 초월한 주요정당들이 시민행복을 든든하게 지켜줄 지역사회복지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사회복지사들이 정치 제도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길 기대한다. 이는 어쩌면 사회복지정책이 화두인 이 시대의 필연적 현상이자 나아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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