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억 UNIST 상임감사

51명(화재사 인정 4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가 26일로 꼭 한달을 맞았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이번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선진국의 빅데이터 등 예방적 재난시스템을 참고하면 재난예방이나 재난대응은 물론 대형사고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울산은 일반건물뿐 아니라 석유화학공단이 밀집해 폭발 및 화재위험에 상시노출돼 있으며 원전에 대한 안전우려도 높다. 이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위험요소 프로파일 프로젝트 개발사례를 울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최대 오일 환적 항구로 세계적인 문화유적지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위험요소와 재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보호하고 있을까? 모바일통신, 인터넷, 소셜 미디어, 센서들(CCTV 등), IoT(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많은 장치들에 의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수집해 저장하고, 더불어 정부에서 공개하는 모든 건물, 거리, 수로와 교통망 정보와 화재 보고서를 결합해 분석한다. 즉 전 지역의 새로운 위험요소 프로파일을 다시 작성해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처리능력을 활용, 사고유형과 환경간의 관계를 보다 더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확한 사고예측, 재난대응으로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몇년전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함께 큰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이후, 이제는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대신하는 통상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큰 기대를 받았지만, NIA(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활용 수준이나 기반, 인프라와 제도 정비 등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기반의 재난 예측·대응책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소셜미디어, CCTV나 인공위성 사진 등과 같은 센서의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위험요소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이 프로파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들을 목적에 맞게 통합, 새로운 위험요소 프로파일 기반의 실시간 빅데이터 관리시스템의 운영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재난관련 법률에 근거해 적절한 방제대책을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화재·재난 사고를 모두 막을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손실한 사고발생후 사후조치를 위해 막대한 비용 부담도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유사시 전국을 대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상비 인력과 장비, 운영비용 등 요구되는 예산까지 생각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치로 늘어난다. 물론 소요예산이 막대하다 해도 우선적으로 확보되고 투입돼야 할 예산이다. 다만 시대적 흐름을 볼때 지금은 화재·재난 예방에 집중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관련 법률 정비와 철저한 방제대책은 물론이고 예방의학을 통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듯 화재·재난 예방과 예측관리에 집중투자한다면 사후 사회적 비용절감은 물론 소중한 인명과 재산 보호에 실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계부처는 국가인프라 지능화 혁신을 위해 산학연관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시범선도사업, 전문기술 지원을 위한 컨설팅 등을 추진해 국가인프라와 첨단 ICT가 발전적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하고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고 대비만 한다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마련과 규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파악과 실효성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 등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규가 있더라도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인식이 최우선되는 예방적 재난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승억 UNIST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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