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운 보람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옛날부터 분만 시 통증은 산모에게 많은 공포를 안겨다 주었다.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많은 방법들이 시행되어 왔는데, 19세기 초에는 산모에게 크로로포름(흡입마취제)을 흡입시켜 산모의 통증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이런 방법은 산모나 태아에게 있어서 아주 위험한 방법이다. 마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흡입 가스를 이용한 분만은 점점 더 안전하게 되었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경막외 마취가 개발돼 이를 산모에 적용시켜 무통분만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무통분만이란 분만 시 산모의 통증을 경감시켜 분만을 원활히 진행하는 방법이다. 정맥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경막외 신경차단 등의 방법이 있는데, 태아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막외 신경차단술이 주로 사용된다. 경막외 신경차단술은 산모가 허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카테터를 경막외 공간에 거치, 국소마취제를 이용해 운동신경은 남아있고 감각 신경만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경막외 신경차단의 시술 방법은 산모가 옆으로 누워 새우등처럼 구부린다. 이런 자세가 척추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카테터가 들어가기 쉽게 만든다. 자세를 취한 후 시술 부위를 소독하고 경막외 카테터를 넣는다. 시술 후 산모는 거의 느낌이 없으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도 있다.

경막외 무통분만의 장점은 산모가 분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증을 견디지 못해 자연분만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근육이 이완돼 자궁경관이 부드러워져서 분만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산모의 진통 시 과호흡으로 인한 태아의 손상을 예방한다. 회음부 절개 시 통증을 느끼지 못해 따로 부분마취 할 필요가 없다.

단점으로는 산모에 따라 힘주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 분만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카테터 자리가 며칠간 뻐근할 수 있다. 그리고 시술 부작용으로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 비해 장점이 월등하기 때문에 무통분만을 추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산모가 무통분만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테터 시술 위치에 감염이 있는 경우, 세균 혈증이 있는 경우, 혈액 응고 장애 산모의 지속적 저혈압이 있는 경우 등은 무통분만 시술이 힘들다. 안전한 무통분만을 위해서는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무통분만이라고 해서 저절로 아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분만 시 산모가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분만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경운 보람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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