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이 전 세계 스포츠팬과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며 멋지게 마무리됐다. 얼음과 눈 위에서 벌어지는 특성 때문에 여름올림픽과는 또다른 멋과 스릴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합창지휘자의 입장에서는 여러명의 선수들이 함께 하는 단체경기를 보면서 마치 아름다운 합창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를 더했다.

선수 혼자서 뛰는 경기라 해도 코치와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수고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두 선수 이상이 하는 단체 경기는 연습부터 결전의 날까지 선수들끼리의 협력과 배려와 희생과 봉사정신이 결집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 아니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친 형제자매 이상으로 서로 믿고 돌봐주며 협력하여 멋진 승부를 낼 때 결과에 상관없이 벅찬 감동을 느끼고 힘찬 박수를 보냈다. 여자 팀추월 경기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고 나라를 망신시킨 일로 규정하여 국가대표 자격 박탈 청원까지 벌인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도 성적 보다는 올림픽정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음악에서도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개인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많은 연주자들이 모여서 합창을 할 때 서로 자기의 소리를 희생하지 않고 개개인의 소리가 튀게 하는 연주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열명, 스무명, 아니 오십명, 백명이 모여 합창을 해도 한 목소리로 들리게 하는 최고의 하모니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무한 감동을 주게 된다. 합창단에서는 만약 합창의 하모니를 방해하는 크기와 화성이 맞지 않는 음정을 내는 단원은 곧바로 징계를 받게 된다. 아무리 좋은 목소리라 해도 동료들과 크기도 같게하고 화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들여야만 하모니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꼭 1등한 선수에게만 박수를 보내고 그렇지 못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비난을 퍼붓는 시대는 지났다. 서로 얼마나 도우며 어떠한 희생정신으로 팀워크를 이루어 나가느냐를 보며 즐거워할 만큼 응원문화도 한 단계 성숙됐다. 음악이나 스포츠나 관객들의 감동은 배려와 협력을 통한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깨워준 평창올림픽이었다.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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