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문화예술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적어도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바르샤바, 프라하와 같은 유서깊은 도시들이 자국 출신 예술가들을 앞세워 관광산업으로 큰 부를 창출하고,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작품인 모나리자는 경제적 가치가 40조원을 상회하는 등 그 사례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경제적 가치는 다분히 결과론적이고, 그 효과를 예측해 투자하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커 공공이 주도한다거나 아니면 기업의 후원, 즉 CSR(사회공헌,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문화예술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하지 않고서야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고, 그 방법 또한 제한적이게 된다. 과연 기업과 문화예술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없는 걸까?

2011년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CSV(공유가치 창출, 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주창했다. 이는 앞으로 소비자와 기업, 또 사회적 가치가 상호 조화를 이루는 기업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단순한 후원이 아닌 가치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있어 SCR과 결정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에 있어 CSV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 활동은 우리에게 내재된 새로운 가치를 발현하는 행위이다. 다분히 비효율적이지만 구성원들의 공감을 유발한다면 그 효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문화예술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 효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CSV가 경제학 개념이기에 그 결과 또한 경제적 가치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먼저 예술가와 기업이 상호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해야 한다. 친환경 작품을 구상하는 예술가와 석유화학 기업이 함께하는 상황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것처럼 문화예술이 지닌 고민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합을 이루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 가진 기술력, 인프라 등이 문화예술과 연계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것이 담보되면 홍보, 사회공헌, 시장개척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되어 그 경제적 효과 또한 상당할 것이다. 한 가지 예로 미술인들이 작품 판매를 위한 플랫폼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그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아트페어 등과 같은 사업들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이는 예술가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좋은 사례이다.

현재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자 역할은 문화재단에서 어느 정도 해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역할은 여전히 모호하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만을 강요하다보니 기업도 지쳐간다. 이제는 기업과 예술가, 또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만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산업도시이자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을 지향하는 울산이 위치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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