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울산시민들의 공적 자산이나 다름없는 태화강변에 대규모 아파트(1879가구)를 지으려고 하면서 자치단체와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 건립 예정 부지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강변그린빌아파트 옆 개발제한구역(13만8634㎡)으로, 울산시민들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주거약자를 위한 맞춤형 공공부지 조성이라는 그럴듯한 취지를 내세워 LH내 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했다고 한다. 부지를 선정하고 난 다음에야 상하수도·도로 등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다뤄지는 일반적인 사항을 자치단체와 의논했다고 한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권한은 정부에 있다. 자치단체에 허가를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와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아도 절차상 하자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인 LH가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자치단체와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지방분권의 가치에도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태화강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수변공간이 아닌가. 수변공간은 무조건 보존돼야 하는 지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공자산이다.

울산시민들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수변공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무질서하게 건축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수변공간의 공적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안타까움이 여간 아니다. 파리의 세느강, 런던의 템즈강 등의 세계적 유명세는 강 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공공건축물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이 부지는 남구와 맞닿아 있어 도심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주소상으로 울주군 범서읍으로 돼 있어 외지인들이 한적한 시골땅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LH 자체 위원회가 함부로 아파트 단지 건립을 결정한 것도 현장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해서 하는 말이다. 현장을 아는 전문가들이라면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는 인근에 아파트, 학교, 상업시설 등이 있는 도심지이므로 분양의 어려움이 거의 없는, 탐낼만한 장소가 분명하다. 부지 결정 이전에 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하는 이유이다.

울산에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서 아파트를 지을만한 공간이 아직 많다. 게다가 1월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1089가구나 될만큼 아파트 공급도 넘쳐나고 있다. 굳이 수변공간을 없애면서까지 아파트를 지어야 할 시점이 아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이 개발제한구역을 LH의 아파트 공사에 내줄 것이 아니라 공원이나 문화시설 등 공적 공간으로 조성해서 시민 모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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