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공존할 미래세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해
논리와 감성의 균형감 키워야

▲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다시 새 학기를 맞았다. 나름대로 보람 있게 방학을 보낸 재학생, 대학교에 진학한 신입생으로 학기 초는 활기가 넘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3월을 다른 어느 때보다 생동감 넘치게 한다. 3월은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가르쳐야 사회에 나가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나를 생각하게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면서 현재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면서 한동안 교육계를 주눅 들게 했다. 지금 교육하는 것이 미래에 소용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진로를 설정하고 실무 스킬을 가르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확실한 답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교육계가 이제는 비교적 차분하게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해법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는다. 전공분야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융복합적인 시각과 종합적인 사고를 갖추게 한다든지, 정해진 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익히게 한다든지, 세상을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보게 하는 연습을 시킨다든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할 놀이를 하게 하는 것 등이 그 예들이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어떤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느냐 하는 문제는 사회주체들이 계속 고심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화두이다. 인류가 지난 3만년 동안 겪어온 변화보다 앞으로 30년 동안 겪을 변화가 더 크다는 시대이니, 미래 세대가 갖추어야 할 재능과 덕목이라고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 안에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을 맞아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겪을 수도 있고, 인류 앞에 놓인 여러 난제들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늘어난 수명을 누리며 살아갈 수도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차이라면 인공지능은 한 가지 특수한 영역에서만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알파고는 바둑을 두고, IBM의 왓슨은 환자와 축적된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암을 진단한다. 특수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이를 ‘인공특수지능’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지능을 갖춘 로봇을 인공일반지능 로봇이라고 하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로봇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5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새로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료를 분석해 의미를 찾아내는 학습능력,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지각능력, 자연어를 이해하는 언어이해력,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이다.

이 능력들 중 상당부분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인공지능이 이런 능력을 갖추는 데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진화해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 기보를 통해 스스로 학습, 이세돌, 커제를 꺾었듯이, 앞으로 인공지능의 진화도 인간의 수많은 발설, 행적, 사고가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진화해 갈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씩 주고받는 메시지가 쌓여서 언젠가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가 된다는 생각에 이르면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는 유가의 ‘신독’이 떠오른다.

이성과 논리의 영역이라는 인간의 좌뇌가 그동안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다면 앞으로는 감성과 예술의 영역을 관장하는 우뇌가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최근 뇌의 빅데이터를 연구하기 위한 ‘국제뇌과학이니셔티브’라는 기구도 출범했다고 하니 언젠가 유전자지도나 구글어스와 같은 뇌지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뇌지도를 통하든 앞의 딥러닝 방식을 통해서든 진화해 간다.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미래 세대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사이 협업의 정신과 좌뇌 우뇌 사이의 균형감이 꼭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세대는 선한 언행과 행적의 빅데이터로 그 기반을 닦아줄 책무가 있다. 현재 거세게 이는 ‘미투 운동’의 의의도 여기에 있다.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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