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192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최근 10년간 발생한 화재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화재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화재 참사는 거의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때는 근로자 40명이 숨졌다. 2015년엔 의정부의 10층짜리 아파트에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올 2월에도 경기도 화성 주상복합빌딩 상가 화재로 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이들 참사 대부분이 부주의나 안전불감증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양산지역 고층아파트 역시 위험하다. 최근 몇년 사이 양산지역에 고층건물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고가 사다리차 등 고층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는 턱없이 부족, 화재에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화재 참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 1월 말 현재 양산시 전체 13만6373가구 가운데 191개 단지 10만2000여가구(73.8%)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할 정도로 양산시에는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양산시 전체 공동주택의 40여%인 536동이 18층 이상이다.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도 37동이나 된다.

게다가 양산신도시 맞은편 중앙동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는 44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신축 중에 있다. 팽창도시인 양산에는 앞으로도 30층 이상 고층아파트가 계속 들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화재진압 장비인 고가 사다리차는 양산소방서와 웅상119안전센터에 각 1대만 있다. 이마저도 높이가 53m로, 아파트 17층까지만 접근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18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경우 고가 사다리차가 닿지 않아 화재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사실상 양산지역 18층 이상 아파트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18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 대형 참사가 예견되는 데도 대책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양산시 전체 가구의 공동주택 비율이 도내 지자체 중 매우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고가 사다리차를 최소 1대 이상 늘리고, 적어도 100m 높이의 고가 사다리차 구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민의 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다. 또 화재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층 높이 아파트 접근이 가능한 고가 사다리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언제 실현될 지도 가늠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이제 시민안전 확보와 화재 참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대형 화재 참사가 나더라도 그때뿐입니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사고가 나면 규정 강화와 함께 대책을 내놓고, 그 대책은 늘 사고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악순환도 사라져야 한다.

말로만 외치는 안전의식이 아니라 행동하는 예방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화재 참사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소방 당국의 행동하는 대책을 기대해 본다.

김갑성 사회부 양산본부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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