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발달로 일자리 감소세
노인계층 사회적 자립 대책등
취약계층 일자리 확보방안 시급

▲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 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 협회장

2018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접수가 시작됐다. 추위도 아랑곳없이 접수처는 인파로 북적이는데 90대 노인이 신청서를 접수하고 일어선다. 긴장을 한 탓일까 아니면 아직 건재함을 보이고 싶었을까. 꼿꼿이 힘주어 걸어 나가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앉아 부양을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활동이 가능한 시점까지 용돈이나 생계비를 직접 마련하겠다는 뜻일 게다.

노인이 90대면 어림잡아도 아들이 70대일 것이다. 어쩌면 노인의 생계비나 용돈이, 아들이 손자에게서 받은 금액의 일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손자며느리의 통장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노인이 길어질 여생을 대비해 넉넉한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노인 일자리 신청서를 복지부 사이트에 입력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일자리 참여 선정이나 탈락여부는 중앙전산망을 통해 결정돼 내려오겠지만 만약 노인이 일자리사업 참여에 선정된다 해도 참여자 안전에 대한 기관의 부담을 두고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그러나 노인의 남은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일년 내내 노심초사 안전을 걱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노화로 인해 활동의 효율성이 다소 떨어질지라도, 우리는 사람이기에 어깨 부비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눈부시게 빨라지고 있다. 기계문명에 우리 인간의 영역이 침식당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때 이른 걱정이 앞선다.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된 무인항공기 드론의 활용이 세안의 관심을 집중케 하고, 교도소경비나 도주범 추적은 물론 농약을 살포하고 국경지대를 순찰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과학의 발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 편의점 등에는 이미 무인 자판기가 등장을 했고 CCTV로 경비실에 앉아서 경비구역의 안전 확인이 가능하다. 은행창구를 찾지 않아도 송금이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지갑을 열어 지폐를 꺼내지 않아도 핸드폰 터치만으로 결재가 가능하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핸드폰 어플 설치로 밖에서도 보일러를 켜거나 전원의 스위치를 조작할 수도 있다. 문갑위에 주먹만 한 인공지능스피커가 기상상태는 물론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거나 외국어로 대화도 가능한 시대로 발전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과학문명의 발달 앞에 때론 두려운 마음이 일기도 한다.

몇해 전, 노인 경제활동지원으로 ‘아파트택배사업단’을 개설했다. 당시만 해도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사업장을 확대해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늘려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인택배시스템이 등 사회 환경변화로 택배사업장 어르신들의 일자리 확대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에서는 정부노인일자리뿐 아니라 60세 이상 건강한 중장년층 대상의 무료 직업알선 등 민간일자리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단순 일자리나 틈새일거리가 대다수이지만 인건비나 고용유지율이 높아 비교적 선호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여러 경로로 중장년층의 장점을 알려내고 수요처에 맞는 교육과 동행 면접을 통해 일자리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기계문명에 인간의 영역을 내주면서 일자리가 점점 축소 일로로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근로취약계층인 어르신들, 노동력이나 정보력에 취약한 분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지나 않을까. 이제 일자리를 두고 사람이 아닌 기계와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올림픽 축제의 서막에서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던 드론의 환상적인 불빛과 일자리를 신청하시던 고령노인의 왜소하던 뒷모습이 대비가 된다. 노인이 정부 기초생활 수급자의 범주에 들기 위해 주변 정리를 하지 않고, 사회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 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 협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