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패한 경기 모두 기억
응원해준 팬·선수등에 감사

▲ 유재학 울산모비스 감독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600승을 달성한 뒤 고교 동창들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55) 감독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600승을 일궈낸 사령탑이 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97대93으로 승리, 최근 8연승 신바람을 냈다.

이로써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6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1998년 인천 대우(현 인천 전자랜드)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올해까지 2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벤치를 지키며 정규리그 통산 600승 448패(승률 57.3%)를 기록했다.

프로농구에서 600승을 달성한 지도자는 유 감독이 처음이고 유 감독의 동기인 전창진(55)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426승으로 그다음이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뿐 아니라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5번이나 달성해 프로농구 최다를 기록 중인 리그를 대표하는 명 감독이다.

‘수가 만 가지’라는 뜻에서 나온 ‘만수’라는 별명이 있는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선사한 경력이 있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같이 고생한 스태프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예의를 먼저 갖췄다.

1998년 11월에 광주 나산(현 부산 kt)을 상대로 첫 승을 따낸 그는 “사실 첫 승이 언제인지 기억을 못 했지만 요즘 이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알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20년간 쉬지 않고 하려면 건강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건강이 비결이 된 것 같다”며 “또 그동안 거친 구단에서 간섭하지 않고 저에게 전권을 위임해준 것도 운이 많이 따른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또 “무엇보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야 하는데 모든 선수가 다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삼성을 상대로 3쿼터 중반까지 10점 이상 끌려가다가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유 감독은 “세 명이 루스볼을 잡기 위해 한꺼번에 다이빙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아마 선수들이 감독에게 600승을 해주려고 그랬던 모양”이라고 고마워했다.

기억에 남는 승리를 묻자 유 감독은 “이 질문도 요즘 많이 받았다”며 준비된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유 감독은 “현대모비스에 와서 처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2006년 3월 전자랜드와 홈 경기가 기억에 난다”며 “처음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한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도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부산 KTF(현 부산 kt)와 7차전까지 갔는데 매 경기 너무 재미있는 내용으로 진행돼서 기억에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1000승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덕담에 “그러려면 앞으로 15년을 더 해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친 유 감독은 “리그에 나이 많은 감독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부담이 반반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유 감독은 “이번 시즌을 예로 들면 초반에 이대성이 없을 때 승수를 많이 쌓지 못하고 아쉽게 진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난다”며 “1위를 했을 때보다 2, 3위 정도 하면서 아쉽게 패하고 끝난 경기들은 다 기억이 난다”고 승리에 만족하기보다 패배에 아쉬워했던 지난 20년을 돌아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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