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운전자를 배려하는
방향지시등·비상등 켜기등
기초질서 준수가 안전의 기본

▲ 이성근 한국안전교육연구원 원장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유난히 추워 시베리아보다 춥다고 해서 ‘서베리아’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던 겨울이 가고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 봄이다. 새 봄과 함께 울산의 교통안전문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월31일 기준 자동차 등록 대수가 55만794대로, 그 밀도가 높다. 자동차가 사치품에서 생필품의 영역에 들어온 지금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자동차로 인한 많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16년 교통문화지수를 살펴보면 7대 도시 중 대전이 1위 대구가 2위 서울이 3위 울산이 최하위다. 의심스러우면서도 ‘매일같이 운전하며 느껴왔던 것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10여년전만 해도 교통문화지수 부문에서 서울을 제치고 1위를 차지, ‘울산 기네스’를 통해 발표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무너졌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몇년 동안 수도권에서 이주, 혁신도시에 근무하는 이들로부터 자주 듣는 소리가 ‘울산에는 방향등 사용없이 운행하는 차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울산에서의 운전이 서울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듯 싶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대부분 오너 운전자들이 하루 20~60㎞정도를 운전하며 경험해야 하는 사고위험과 교통체증 등에 따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신호위반, 방향등 미 작동, 정지선 침범, 꼬리 물기 등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너무도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금 잘못이라도 하면 끝까지 따라와 보복운전으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7대 도시 울산의 부끄러운 교통문화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땅에 떨어진 울산의 교통안전문화를 지금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 세대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교통및 재난안전을 비롯한 질서, 기본, 원칙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로 인한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사회는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필자는 업무관계로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정년퇴직한 게이시쿠 오자와(小澤桂輔)씨를 지난 1~2월에 4차례 만나 일본인의 안전의식과 생활안전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떻게 해서 세계적인 국민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물었는데 게이시쿠오자와씨 답변은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당연한 얘기’로,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무엇을 하던 자기분야 1인자가 되려고 노력 한다. 재난안전 훈련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한다”고 했다. 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에 안전, 질서, 기본, 원칙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같은 사회질서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어른, 부모세대와 윗사람이 솔선수범으로 실천해 온 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거울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현실이 부끄러웠다.

일상화된 자동차운전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현실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로상에서 준법운전을 제외하고는 위험하지 않은게 없지만 가장 심각하고 많은 운전자들이 지키지 않는 것이 방향지시등이다. 상대방 운전자를 배려할 수 있는 방향지시등, 비상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동차 언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이나 보행자에게 진행 방향을 알려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무언의 약속이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운전할 경우 30% 정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 끼어들기를 너무 쉽게 하고 있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상대방 운전자가 사고 위협을 받게 되어 감정싸움으로 번져 난폭, 보복운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배려를 통해 교통문화지수를 높이고 운전하기 편한 도시, 경쟁력 있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울산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울산시와 시민들의 몫이다.

이성근 한국안전교육연구원 원장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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