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북특사단 임무와 성격은
핵관련 북·미 입장조율에 방점 둔듯
비핵화 국제공조의 틀에서 묘안 찾길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어제 오후 다섯명의 대북 특사단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으로 떠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북한 특사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특사단 파견이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까지 동원된 이번 특사파견이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 간 의사소통 방식이라서 굳이 형식이나 구성에 대해 시비를 걸기보다는 그들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특사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처음부터 거론되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빠지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단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를 두고 이번 특사단의 임무와 성격이 남북 대화나 교류협력보다는 북핵 및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 조율과 국제적 갈등 관리에 방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여 한반도 당사자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실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6·25 한국동란 직후 김일성은 핵무기에 대한 구체적인 야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탈냉전 기에도 그 야심은 끊임없이 구체화되었으며, 결국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고,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탄 개발도 거의 성공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강경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치광이(madman)’라고 하면서 북핵에 대한 군사적 해결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이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술책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군사적 해결방식의 후과가 너무도 비극적이기 때문에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은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떠한 대화도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북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 둘 사이에 끼여 전혀 접점이 없는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핵제재 고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한국 정부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제공조에서 떼어내려는 북한의 전술에 말려든 결과라고 하겠다.

문제는 이번 특사단이 어떠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한 예로 김정은이 북·미 대화를 조건으로 하거나 소위 ‘쌍중단론’에 따라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당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움에 합의한다면 이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 다른 방식으로 북한 핵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북·미 대화나 남북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 지난 20여 년 간의 경험에서 보면 그러한 방식이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북한의 주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면 북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북·미 간 핵군축회담을 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소위 ‘핵 있는 평화’의 요체이다. 이를 용인하는 순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무력화되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체제는 와해되는 것이며, 대한민국은 존립에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의 평화공세 및 대화주장의 이면에는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는 아직 굳건하다. 또한 미국의 입장도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조건을 잘 이용하여 현명한 대안을 찾아주기 바란다. 현 대북특사들의 임무도 여기서 벗어나면 절대로 안 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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