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연 앞둔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성추문 영향
예매 저조…서울선 관람 취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집단 성폭행 장면 수정키로

문화예술계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유명 연출가와 배우 등이 연관된 공연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올 상반기 울산관객들과 만날 예정인 대형 뮤지컬 또한 낮은 티켓 예매율을 보이는 등 울산 공연계도 미투 운동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관객들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공연계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예매 취소나 항의 등의 방식을 통해 적극 표출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성추문이 불거진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명성황후’다.

오는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명성황후’를 단체관람하기로 했던 서울YWCA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예매를 취소했다. 서울YWCA는 “성폭력 관련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위드유’ 운동에 동참하는 뜻”이라며 “고심 끝에 공연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 부득이하게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전국 15개 도시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좋은날음악기획이 공동으로 오는 5월11~13일까지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기획사 측에 따르면 지방도시에서는 아직 단체 환불요청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저조한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관계자는 “윤호진 연출가와는 별도로 공연 스탭들이 준비해왔던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지방공연의 전체적인 티켓 사정이 좋지는 않다. 초반에는 단체관람 문의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져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껏 높아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고려해 극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오는 6월 현대예술관에서 공연 예정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사인 오디컴퍼니는 여주인공이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수정하기로 했다. 여주인공 ‘알돈자’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이 장면은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하곤 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번 시즌부터 해당 장면이 다소 바뀌어 무대에 올려진다”며 “오랫동안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장면이라 연출자와 상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문화계도 성폭력 및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문예회관은 당초 연말로 예정돼 있던 직장내 성폭력, 성희롱 에방교육을 상반기 중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문예회관 관계자는 “아직 지역 문화계에서는 직접적인 미투 사례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직장내 성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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