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명림원지는 폭군 소아장의 횡포에 치를 떨었다. 더욱이 충실하게 소아주를 감시하는 자신마저 의심하는 눈치였다.

하루는 소아장이 명림원지를 불러 말했다.

“읍차, 명림원지는 고구려 출신이라 가야의 순장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아닙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면 우리의 순장 제도를 낡은 것이라 경멸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상하의 기강을 세우는데 이보다 좋은 제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반역죄인 소아주에게 충성을 해 소아주와 함께 생매장 당하기를 원하는가?”

“결코 소아주에게 충성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의 주군은 오로지 소아장 한기님 뿐입니다.”

“거짓말! 세작으로부터 네 놈이 소아주에게 우리나라의 금서인 맹자의 역성혁명을 강론한 적이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 정녕 무슨 속셈으로 망둥이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소아주에게 함부로 맹자를 가르쳤단 말인가.”

“주군, 맹자를 설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맹자의 핵심은 왕에 대한 충의와 도덕적 수신입니다. 승려의 본분을 모르고 술을 즐기고 여색을 탐하는 소아주에게 경계의 의미로 강론한 것뿐입니다.”

“넌 나를 네 궁둥이이나 걸치고 쉬었다 가는 평상쯤으로 생각하는가! 내가 병신인 너를 읍차로 등용해 출사시킨 것은 너의 원숭이 같은 잔꾀를 보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번 한 번은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한다면 순장의 껴묻거리가 될 각오를 하렷다!”

“황은이 망극하나이다. 극히 삼가고 또 삼가겠나이다.”

명림원지는 이때부터 소아장을 죽이고 사물국의 한기를 소아주로 갈아치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소아주에게 소아장을 죽일 기회를 만들자고 모사를 쳤다. 소아장이 아끼는 애첩이 백천사에 제를 드리러 올 때 강제로 범하라고 말했다. 소아주가 소아장의 애첩을 범하려하자 현장에서 병사들로 하여금 소아주를 묶어 곧바로 소아장에게 끌고 갔다.

애첩이 소아장에게 백천사에서 일어난 정황을 울면서 설명하자 소아장은 대노해 당장 대역죄인 소아주를 죽이라고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그 때 소아장의 곁에 있던 명림원지는 소매에 숨겨 간 단검을 꺼내 소아장의 목을 찔러 죽이고 소아주를 한기로 하는 정변을 성공시켰다. 정변의 일등공신이 된 명림원지는 단숨에 7품 읍차에서 2품인 축지로 5품계가 상승하며 소아주의 최측근이 되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소아주는 언제 명림원지가 형을 죽이듯 자신을 죽이고 또 다른 정변을 일으킬지 불안했다. 결국 소아주는 명림원지가 역모를 꾸몄다는 누명을 씌워 뇌옥에 처넣은 것이다.

명림원지가 하지왕에게 말했다.

“소아주를 죽이려고 조당에 칼을 품고 들어갔다는 것이 그들이 꾸민 역모죄인데 정작 내가 품고 들어간 것은 칼이 아니라 소아주에게 진상하러 들고 간 오키나와산 야광국자였소.”

 

우리말 어원연구

평상: 牀(상), 【S】piyung(피융), 【E】extend, stretch. ‘평상’과 ‘펴다’ ‘피다’는 같은 어원. ‘꽃이 피다’의 ‘피다’는 산스크리트어(【S】)로도 ‘pida’(피다)’임.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