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두려워 안전사고 숨기기보다
위험성 분석해 개선하면 예방 가능해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지속성장 전략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2003년 초 필자의 유럽회사 안전매니저 시절, 근무중이던 사업장에서 1년에 의료처치사고 1~2건, 응급처치사고 2~3건, 아차사고 10여건이 보고되었다. 직속상사(프랑스인)가 필자를 불러 “의료처치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왜 현장에서 응급처치사고와 아차사고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가?”라고 질책했다. 관련 직원들을 면담해보니 사고를 보고하면 “조심하지 않고 왜 그랬나?”라고 반장, 과장 등이 계속 나무라는 것이 싫어 숨기거나 거짓말한다고 했다. 이의 개선방안으로 ‘아차·응급처치사고와 부적합 보고지침’에 인센티브 제도를 추가, 시행해본 결과 연 30건의 응급처치사고, 300건의 아차사고와 수많은 불안전한 행동·상태가 보고돼 하인리히법칙과 거의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위험요인 발생시 등록하면서 요인별 1개 이상의 개선을 실시하고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해 고수준인 경우 근본원인을 분석, 지속 개선해온 데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으로 안전시스템과 안전문화가 정착됨에 따라 선진사업장으로 변모돼 해외사업장과 국내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제 안전은 시대적 사명으로 사업주가 재해를 예방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해예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아차사고를 원인 분석해 제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쌓여 300건에 도달하면 경상이 발생하며, 이 경상도 근본원인을 분석, 해결하지 않고 방치해 29건에 도달하면 곧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는 1:29:300 법칙이다. 실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동종의 아차사고와 응급처치사고가 많이 일어나므로 직원들에게 경미사고를 은폐하지 말고 보고하도록 장려해 잠재적 위험성평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는 혹시나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기보다는 사망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고하는 경미사고들의 발생현황 그래프와 하인리히 피라미드를 매달 누적해 그려보며 용기있는 의사결정을 하길 추천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반영,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고사망자는 2016년 969명, 2017년 964명이었는데 2022년까지 500명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7년 이하의 하한 징역형을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사고사망자의 감소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목표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지원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건설, 제조 등의 사업장에서 안전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고 있는 현장 안전담당자들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선진국들은 기업살인법 등에 의거, 대부분 큰 벌금을 부과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책임자를 징역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임직원을 구속해 1회용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법인에 가중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안전설비 설치, 안전시스템 구축 등에 선투자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할 것이다. 개인을 처벌해도 사고를 일으킨 기인물이 가지고 있는 위험수준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신상구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처벌보다 오히려 재해의 근본원인을 규명해 근원적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업주가 의사결정시 안전과 이윤을 동시에 고려하되 양립이 어려운 경우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일 것이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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