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자연계에서의 3월은 자연의 신통력과 예지력을 한 점 망설임없이 뽐내며 새로움과 경이로움으로 나날이 경신하는 달이다. 하지만 인간계에서의 3월은 자연계만큼 경이롭고 설레기보다는 약간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안고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다가오는 반갑지 않은 달인 것도 같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봄기운의 향내를 언뜻언뜻 실어 나른다. 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3월을 맞이하는 학교는 새롭게 구성된 학급에서의 생활지도를 걱정한다. 학부모, 학생 역시도 친구들과 무탈하게 잘 지내기를 바랄 것이다. 이스턴 메노나이트대학 석좌교수인 존 폴 레더락은 “갈등은 삶을 만들고, 삶은 갈등을 만든다”고 했다. 갈등은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고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갈등은 관계와 공동체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공동체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은 대체로 환영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둘 이상만 모여도 존재할 수 있는 갈등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할까? 최근 들어 새로운 생활교육의 패러다임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한 사람이 응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써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오래된 응보적 신념에 뿌리를 두고 생활지도를 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오히려 처벌에 대한 불복심리로 보복을 하거나 복수심으로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처벌 우선이 아니라 관계성 회복을 중시하는 생활교육으로 당사자와 공동체 구성원의 노력으로 피해가 온전히 회복될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잘못이란 규칙을 어긴 것 자체가 아니라 규칙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관계·공동체의 훼손이 문제라고 보는 관점이다. 지금까지 응보적 관점의 학생지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활교육으로 시선을 돌릴 때인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명명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 역시 남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잘못에 대한 결과론적 처벌보다는 내가 저지른 잘못이 타인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어떤 자발적인 책임이 뒤따르는지 이를 통해 나를 어떻게 성장시켜나갈 것인지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보다 적극적인 생활교육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활동가인 파커 팔머는 지금 교육이 겪고 있는 고통으로 단절의 고통을 말하였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 배움과 삶의 단절. 이러한 단절은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불신을 증폭시키며 폭력적 행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학교폭력의 근본이 생성된 것은 아닐까? 부디 2018년 올 한해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기를,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공동체 의식,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여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3월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달이 아니라 설레임과 새로움의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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