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확산 남남 갈등 양상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정치인의 말 무겁게 실천되길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평창, 평화, 평양의 3평 올림픽으로 특징지워지는 동계올림픽이 ‘영미~’라는 긴 메아리를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반도의 동쪽 끝단 산골 평창이 세계의 도시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국력을 과시한 올림픽이었다. 지구상 유일의 정전·분단국가로 휴전선이 인접한 곳에서 열린 대회임에도 세계 92개국 선수단이 참여해 아무런 문제없이 17일간의 경기를 마감했다. 이는 고대 올림픽정신의 핵심인 평화를 갈망하는 인간성의 대향연이었다.

북쪽에서도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특사로 김정은의 옛 연인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악단을 이끌고 개막식에, 노동당 통일전선 부장인 김영철이 폐막식에 참석해 평창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였다. 북측 인사들이 과도하게 부각된 면이 있기는 하였으나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던 한반도를 다시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그 정도 접대는 용인할 만하다 할 것이다.

그간 평화적 민족통일의 염원 하나로 남북대화가 있을 때 마다 우리의 가슴은 기대와 감동의 물결로 넘쳐났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60만 북한 인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때에는 금방 통일이 다가올 것 같은 감격에 열광하기도 했다. 이후 개성공단, 이산가족상봉, 금강산 관광 등의 민간 교류 사업이 진행돼 통일과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나 북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체재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숙청하고 심지어 고모부와 친형을 살해하는 전 근대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남에 대한 도발을 이어 가더니 급기야 핵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망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 이는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주민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경제 발전을 이루어 평화 통일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기를 기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대화 시도를 불안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열광과 기대를 받던 남북대화가 심각한 의심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햇빛정책도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한 북에게 이용당하는데 불과하다는 시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각한 것은 현 정부의 구성원들이 과거 친북의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남북대화가 북의 주장에 끌려가고 있다는 색깔론이 확산되어, 해방 이후의 좌·우 대립을 방불케 하는 남남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의 핵개발로 미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이어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징후가 보이는 시점에,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던 북과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한민족 모두의 공멸이라는 인식하에 우리 정부의 대화 시도는 전쟁을 통하지 않는 평화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화가 실효성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전쟁의 그림자가 한반도를 뒤 덮을지도 모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번 대북 특사들도 비장의 각오로 북을 방문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사가 오가고 있음에도 북측의 큰소리는 여전 하지만 자신들 이념의 종주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의 절대적 힘 앞에 마냥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의심 받는 대화이지만 색깔론 공방을 자제하고 특사들의 능력과 진정성을 믿고 차분히 결과를 지켜봄이 타당하다.

웃음 속에 비수를 감추고(笑裏臧刀 소리장도), 남의 칼을 빌어 적을 제압(借刀殺人 차도살인)하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 주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적과의 담판에 나선 장수의 뒷덜미를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의 젊은 세대는 보수 진영의 대안없는 안보장사도, 진보진영의 감성적인 민족평화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 안보에는 여·야 없다는 정치인들의 가벼운 말이 무겁게 실천되기를 대다수 국민들은 불안한 침묵으로 촉구하고 있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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