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 김창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돈 땄을때 엄청난 쾌감에 빠져
사교성→위험→병적단계로 구분
시간·돈 감당할 수 없다면 문제
알코올중독·불면·우울증 동반
치료후엔 도박 대체활동 찾아야
단도박 모임 참가하는것도 도움

도박중독에 빠진 30대 직장인 K씨는 최근 자신이 다시 도박을 할까 두려워 병원을 찾았다. 그는 병원을 찾기 전 정선카지노에서 몇백 만원을 잃고, 전당포에 자신이 타고 갔던 자동차를 700만원에 맡긴 뒤 그 돈마저 다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다시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 도박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한다.

K씨가 도박에 빠지게 된 것은 처음 찾은 카지노에서 수백 만원의 돈을 따고 부터다. 처음 돈을 땄던 기억에 가끔 카지노를 드나들게 되고, 카지노를 갈 수 없을 때는 인터넷으로 도박을 접했다. 여윳돈으로 시작했던 K씨는 차츰 돈을 잃게 되자 본전 생각에 대출을 내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스스로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불면과 우울증,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됐다.

◇돈 땄던 강렬한 경험이 중독으로 이끌어

K씨의 사례처럼 도박중독이란 ‘도박으로 인해 본인, 가족 및 대인관계의 갈등과 재정적·사회적·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도박행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도박 행동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 자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도박을 한다면 도박중독이다.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를 살펴보면 K씨의 경우처럼 처음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따게 된 것이 굉장한 쾌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음에도 이렇게 하면 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 이후에 점차 돈을 잃었지만 돈을 땄던 경험이 강력했고, 가끔 큰돈을 딸 때도 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잃은 돈이 너무 많아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 돈을 벌어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도박을 한다고 모두 도박중독은 아니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몇 가지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도박 경험자들은 사교성 도박자에 속하는데 이들은 도박을 하는 시간과 돈을 통제할 수 있으며, 도박의 목적이 돈을 따는 것이나 승리가 아니라 오락 또는 친목도모에 있다. 다음으로 위험 도박자 군은 사교성 도박에서 문제성 도박으로 가고 있는 도박자다. 아직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으나 점차 문제성 도박이나 병적 도박으로 발전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성 도박자는 도박이 삶에 문제를 일으키고 도박을 하는 시간과 돈을 제한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도박자 자신이나 가족, 친구, 동료 등 타인이나 지역사회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병적 도박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내성과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도박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고, 도박 때문에 중요한 활동을 포기하는 단계인 병적 도박자로 나눌 수 있다,.

김창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도박중독의 원인은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으로, 가족력이 있거나 남성 및 다른 정신장애 등이 있을 때 도박중독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개인적 요인으로는 성장기에 외상이 있거나 어린 나이에 도박에 노출되었거나 건전한 스트레스 대처 방식을 배우지 못했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나 사회적 인식 및 법적 허용성 등이 도박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도움과 본인의 치료의지 중요해

흔히 도박중독은 K씨처럼 알코올중독과 불면증,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게 되면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에 대한 약물치료와 수면제를 통해 잠을 청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환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항우울제와 도박에 대한 충동을 감소시키 위한 항갈망제를 처방한다.

이어 환자가 자신의 심리내적 상태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과 감정 등에 대한 기록을 하도록 한다. 특히 도박과 관련된 생각과 감정 및 행동에 대한 것을 검토하는 상담을 통해 도박에 대한 왜곡된 사고를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 전문의는 “충분한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에는 도박을 대체할 수 있는 적합한 대안활동을 찾는 것이 좋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동호회에 가입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권유한다”며 “어떠한 문제 발생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상의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도박 모임에 참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도박 모임은 익명의 도박중독자들의 모임으로, 도박으로부터 생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자조모임이다. 도박을 중단해야 된다는 결심이 있다면 다른 멤버들과의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 전문의는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환자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또한 환자 자신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면 다시 중독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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