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년째 장기불황에 허덕

▲ 지난주 최종부도 처리된 울산지역 중견 플랜트업체인 대창HRSG(주) 공장의 작업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10여년전 호황기 공급과잉
글로벌 불황에 부메랑으로
10여곳 이르던 향토기업들
줄줄이 부도·대기업 매각
일부업체 악조건 속 호실적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3대 주력산업과 함께 울산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던 플랜트업계가 글로벌 업황부진으로 수년째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조선, 석유화학 업종의 경기호조와 함께 호황기를 구가하던 플랜트업계는 공급과잉에다 업황 불황에 따른 수주급감, 중국업체들의 저가 수주공세 등에 밀려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지역 플랜트업계가 처한 현실과 활로는 없는지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장기불황에 향토기업 잇단 부도

6일 울산상공회의소와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10여곳에 이르던 울산 플랜트업체 가운데 현재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5곳 정도로 절반 이상 크게 줄었다. 지난 2012년 일성, 2013년 대봉아크로텍, 2015년 티에스엠텍, 지난해 광영이엔씨, 최근 대창HRSG까지 지역 플랜트업체들이 잇따라 부도사태를 맞았다.

이 중 일성은 지난 2016년 10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고 지난해 초 일성하이스코로 새출발했으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며, 티에스엠텍은 2년 전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부도를 맞지 않았으나 경영악화 등으로 인수합병(M&A)되는 사례도 줄을 이었다. 향토기업인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은 한때 연매출 4000억~6000억원 규모로 몸집을 키웠으나 대규모 투자손실로 2010년 포스코에 매각된 이후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듬해 상장 폐지됐다.

또 대경테크노스(옛 디케이티)는 2010년 GS그룹에 인수돼 2014년 GS엔텍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한텍과 대경기계기술은 각각 후성그룹(2011년)과 큐로컴(2017년)에 인수됐다.

반면 한텍이나 일진에너지, GS엔텍 등은 매출이 늘거나 흑자전환 하는 등 어려운 업황 여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특히 한텍의 경우 지난 2016년 S-OIL의 울산 석유화학복합시설 공사에 참여해 5000억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공급과잉 속 中 저가수주 공세

플랜트업체들이 장기불황에서 허덕이는 것은 글로벌 업황불황속에서 공급과잉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990년대 말부터 조선과 석유화학, 정유업종 등이 호황을 누리면서 덩달아 플랜트업종도 호황기를 맞자 신규 업체들의 잇단 진입과 대규모 설비증설 등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졌고 최근 몇년새 저유가에 따른 업황불황이 이어지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지역 플랜트업체 관계자는 “2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유가가 오르고 있다고는 하나 플랜트쪽은 당분간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플랜트업체들의 2016년 매출을 보면 1~2곳을 제외하고는 전년대비 10~60% 가량 급감했고, 지난해는 이 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과 동남아에서 저가 수주공세를 펼치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경영난의 원인이다.

또 다른 플랜트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간혹 나오더라도 중국업체들이 워낙 저가로 수주경쟁에 나서니까 입찰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단가도 한창때에 비해 6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티에스엠텍은 수년전에 플랜트사업을 접는 등 업체들마다 업종 전환이나 공장매각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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