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사회적 대화’로 방어나설 듯 vs 경영계도 ‘정면 승부’

▲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중단 촉구·최저임금 1만원 보장 결의대회에서 민노총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7일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개선과 관련해 노사 간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향후 개선작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저임금 제도개선 작업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국회·노사 단체와 협의해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계가 정부와 국회 주도의 산입범위 개편 추진에 강력히 반발할 경우 모처럼 재개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정기상여금, 최저임금 포함이 핵심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된다.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가 조정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정부는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업주 반발을 완화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산입범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환노위 소속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도 최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경영계는 1년 내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 외에 식대·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과 관련해서도 노동계는 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제도개선 과정에서 계속 노사 간 충돌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 전문가 태스크포스(TF) 권고안 주목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간 제도개선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전문가 TF가 제시한 권고안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노동계·경영계·공익 위원 간사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로부터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았다.

TF의 최저임금 산입개편 보고안은 1년간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한 달이라도 상여금이 나오지 않을 경우 1년간 받은 상여금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어서 노사 간 논쟁이 벌어졌다.

경영계는 그동안 1년 내 지급된 모든 정기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서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TF는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해온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 심의 때 가구 생계비를 반영하자는 노동계의 제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1인 생계비 외에 가구 생계비 자료도 단순 참고하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TF는 또 향후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기존 노동계·경영계·공익 등 3자가 참여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최저임금구간 설정위원회’·‘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추가했다.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표준 근로계약서 보급과 임금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사업주가 최저임금 미지급분의 2배를 추가로 내도록 하는 제도를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최저임금 제도가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지만,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다른 정책들과 연계돼야 실효성이 커질 것이라고 TF는 덧붙였다.

경영계가 제시한 과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3개였다.

노동계가 내놓은 3개 과제는 가구 생계비 계측·반영,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 분석,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방안 등이었다.

◇ 노동계·경영계, 힘겨루기 본격화

앞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개선 작업을 고용부가 국회가 주도하게 된 상황에서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내세워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위라는 공식 논의기구에서 합의안을 마련하고자 막판까지 노력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취지를 뒤흔드는 사용자 측의 주장에 합의가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핵심 쟁점인 산입범위와 관련해 상여금만이 아니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고, 나아가 TF 권고안에서조차 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던 업종·지역별 구분적용을 끝까지 요구했다”며 경영계를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모처럼 재개된 사회적 대화가 난관에 빠질 수 있음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무위로 돌리는 산입범위 확대,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등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소위 합의 결렬을 명분으로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한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총도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나치게 협소한 산입범위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까지 상승시키는 현실은 공정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 해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종·지역별로 근무 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의 지급능력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업종, 모든 지역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업종·지역별 구분적용 등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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