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새로운 폭로가 신문, 방송, 인터넷을 도배할 정도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시작은 서지현 검사의 검찰조직내 상관 성추행 폭로로 촉발됐다. 뒤이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문화예술계 인사들부터 대학교수,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권력형 성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충격을 넘어 경악수준의 실태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급기야는 데이트폭력, 학교 성폭력과 같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전 분야가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권력적 갑을관계에서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방위에 걸친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각성으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걱정이 앞서지만 확실한 것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로 일그러진 잘못된 성의식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지역 학교 내에서 성폭력 신고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간 성폭력으로, 지금 대학을 넘어 초·중·고교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우리사회의 미래 성의식을 짐작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또래들끼리의 성폭력 행위를 단순한 장난으로 여기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초등학교의 실태를 보면 걱정이 적지 않다. 교육당국은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피해신고 건수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렇지만 ‘교사-학생’ ‘남성-여성’ 등의 중첩적 위계속에서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10대 시절 학교에서부터 성폭력에 침묵하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울산시교육청 학교급별 성폭력 관련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최근 3년간 288건의 학생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62건의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164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별로는 지난 3년간 고등학교에서 108건, 중학교 102건, 초등학교 72건의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초등학교 내 성폭력 신고는 지난 2014년 8건, 2015년, 12건, 2016년 10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 50건으로 대폭 늘었다. 성폭력 유형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성학대, 사이버성폭력 등으로 나타났다. 성인사회의 성폭력 유형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혹시라도 선후배 사이 등 ‘학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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