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여파로 폭풍전야의 여의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례에서 보듯
불투명한 보좌진 채용절차가 갑질 온상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2017년 12월13일 미국 켄터키주. SUV차량안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중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에 확인된 그 남자의 신분은 미국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댄 존슨. 미국 정치권은 술렁거렸고 사인 검증이 전방위로 이뤄졌다. 결론은 자살이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 이른바 ‘미투’ 폭로가 미국 연예계에 이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댄 존슨을 삼킨 것이다. 미국내 한 지역 언론이 2013년 존슨 의원이 당시 17살이었던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지 이틀 만이었다.

국내는 어떠한가? 현란한 조명과 음악소리로 씨끌벅적한 맥주집. 50대 남성과 20대의 여성이 뭔가 소곤대고 있다. 그 남성은 어느새 여성의 허벅지에 손이 얹힌다. 놀란 여성은 애써 몸을 옆으로 돌리지만, 여제자를 향한 교수의 음흉한 손길은 계속된다.

유명 작가모임의 인근 소줏집. 10여명의 남녀 작가가 어우려져 재미있는 대화가 오간다. 한켠에 자리잡은 어느 ‘노인작가’는 비스듬이 누워 지퍼를 내린다. 그리곤 한 여성작가를 가리키며 ‘만저달라’고 한다. 여성 작가들은 몸을 움츠리며 수치심에 고개를 돌린다. 외면도 했지만 그의 기형적 행태는 멈춰질줄 모른다. 한 여성작가는 이후 꿈속에 나타날까 몸써리를 쳤지만 ‘몰골의 음흉함’은 계속됐고 끝내 ‘괴물’로 변형됐다.

최고의 도덕성을 담보해야 할 법조계에서 촉발된 미투가 문화예술계에서부터 일부 대학 교수가 운영한 ‘안마시술소’에서의 추잡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안희정’ 수행 여비서의 ‘카운트펀치’가 여론의 ‘쓰나미’를 장식했다. 대북특사의 김정은 만남의 빅뉴스조차 ‘안풍’(안희정 폭풍)에 가려질 만큼 메가톤급이었다.

하지만 미투의 후폭풍이 과연 여기서 멈춰질까. 여의도 국회는 지금 살얼음 판과도 같은 기류다. 국회직원 내부 SNS망에 올라 있는 익명의 글들을 종합해 보면 ‘언젠가는 터질게’ 아닌, ‘곧 터지고 말 것’이라는 휘발성이 묻어나고 있다. “누구보다 성차별적인 모(?)의원, 함부로 미투 응원하지 마세요” “손버릇 더럽기로 유명한 몇몇 아직 국회 잘 다니고 있다” “미투야! 더세게 불어라. 부디 국회에도 불어와 달라”라고 애타는 모습이다. 이미 3~4명의 현역의원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의원 및 일부 유력 지방선거 후보자가 출마 선언을 취소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여성 보좌진들이 고조된 심적 갈등에도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극도의 수치심과 더불어 ‘생업’과 직결되기때문이다. 여기다 ‘미투’를 펼쳤다간 본전조차 못찾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국회 보좌진의 채용방식과 해임(해고)자체가 일반 직장과는 확연히 다른데 있다. 국회사무처의 ‘평생 국회직’과는 다르다. 채용방식은 일정한 절차를 거치긴 하지만 국회의원이 절대적 권한이 있다. 해임(해고)역시 마찬가지. ‘이유 같지도 않는 이유’를 들이대 ‘하루아침’에 끝날 수도 있다. 해고의 부당성을 구제하는 연대의식과 기구 역시 한계다. 친목 형태인 ‘보좌진 협의회’는 있을뿐 노조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보좌진을 갈아치운 갑질 정치인도 수두록 하다. 평소 정부는 물론 각급 사정기관과 일터에서의 피해를 구제하는 고용노동부까지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다는 정치권력의 막강한 힘의 원리를 학습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미투의 휘발성은 이미 국회로 타오르고 있다. 사람사이에 양도할수 없는게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권이다. 성폭행과 성희롱 성추행 등 포괄적 성폭력은 자유와 행복추구의 기본권을 짓밟을 뿐만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100년전 영국. ‘탐관오리’들로 나라가 썩어갈 무렵, 명탐정 셜록홈즈는 비리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은밀히 서신을 보낸다. “0월0일까지 런던공항을 통해 떠나라.” 그날 런던 공항엔 해외로 도피하려는 정치인과 공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다못해 티켓이 동이 났다. 지금 국회 안팎에선 한국형 미투의 ‘셜록홈즈’가 곳곳에서 감지 되고 있다. ‘여의도 불바다’의 시계가 제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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