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도 소중한 관광자산
역사·문화 간직한 건축물 보존
문화산업 융합 관광자원화해야

▲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울산의 이미지는 공단의 검은 연기와 냄새, 태화강의 오염된 물, 태화강 역 인근 화려한 야경의 모텔(숙박시설)로 인해 정주하고 싶은 도시, 관광할 도시가 아닌 경제만을 위한 공단 도시라는 이미지였다. 가끔 친구들이 울산을 방문할 때 마땅한 숙박을 할 곳이 없어 난감한 적도 있었는데 이젠 울산이 많이 달라졌다. 얼마전 전국의 건축사협회 회장단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십리대밭과 태화강의 자연경관으로부터 공단의 야경까지 기존 울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울산만의 명물인 고래고기를 곁들인 식사에 모두 만족을 한 여행이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사진촬영을 즐겼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래된 경험으로 나름대로 알맞은 구도와 노출로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사진촬영과 더불어 그림에 대한 애착도 컸다. 후일 전공을 건축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 도시경관과 색채에 관심이 집중, 자연스레 여러 나라 도시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우연히 접한 최창규 전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의 여행기행문을 읽고 더욱더 외국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돼 이를 계기로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게 되었다.

여행은 새로운 도시에 대한 기대, 호기심이 유발돼 마음이 설레면서 여행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곳의 건축물, 미술품이 뭐가 있는지 맛난 먹거리는 뭔지 기대에 부풀게 되는데 이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1998년 IMF의 여파를 피부로 느낄 때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공과대학(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교환교수로 계신 지도교수 초청으로 미국 동부와 중부 그리고 캐나다 동부를 동료들과 함께 운전하며 여행을 함으로써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돌아왔다. 당시 네비게이션이 없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구해 도시(주)와 도시(주)를 이어 붙여 형광펜으로 그려가며 목적지를 다니곤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과 같이 지도에 형광펜으로 그어 우리의 일정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결정하며 전국을 다녔던 계기로, 미국 여행때는 미시건호수 인근 유대계 교회를 보기위해 헤매고 다니다 우리가 수상했는지 경찰차가 우리를 감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인들은 소규모 주택(로비 하우스 Robie House)이나 별장(낙수장 Falling Water) 또는 경기장이나 대규모 높은 오피스 건축물도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일정 비용을 받고 도슨트(Docent)가 자랑스럽게 설명을 하곤 했다. 당시 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수하고 비교적 일상적인 건축물에 대해서도 안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건축 작품이 많아지기를 기대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축물이 많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세계 도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나라와 선조의 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많다. 대부분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석재가 건축 재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축물들은 오늘날 후손들까지 먹여 살리는 자산이 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침략전쟁을 통해 뺏어온 유물들을 함께 전시,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루부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건축 재료의 대부분이 목재와 흙으로 외세의 침략에 대부분 소실되었고 그나마 소장품마저도 약탈당하고 일제 잔존물 또한 대부분 철거해버린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의 후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건축 여행지로 삼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안이 있을까?

필자는 우선 건축을 시작하게 되는 건축주의 의도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건축사가 어떠한 건축주를 만나는지에 따라 유명세를 달리한다는 뜻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구엘이라는 건축주와의 만남을 통해 세기의 작품(건축)들을 남겼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도시에서 발주한 설계공모를 통해 각 도시마다 멋진 건축물이 들어서 그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수많은 여행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례로 울산과 비슷한 스페인의 공업도시 빌바오는 철강 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도시기능이 점차 침체되었는데 바스크 지방정부가 공업도시 빌바오를 살리기 위해 문화산업을 장려하고 도시재생산업의 일환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설계자 Frank Gehry)을 유치한 것이 핵심이 되어 경제적 부흥을 가져왔다. 우리 울산도 이제는 이러한 변신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