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옛 어른들이 말하길 계절이 바뀌는 것은 ‘비’가 알려준다 했다. 겨울이 끝날 무렵 비는 새싹을 틔우기 위한 ‘봄비’이고, 새순이 무성한 잎으로 자라기 위해 많은 물기를 쏟아주는 비가 ‘여름비’다. 더운 기세가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한차례 비가 내리면 서늘해지는데, 바로 가을을 알리는 ‘가을비’인 것이다. 가을이 갈 즈음이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예고라도 하듯 ‘겨울비’가 내린다. 3월 초순의 이번 비는 영락없는 봄비다.

봄을 정의하는 기준은 관점에 따라 다르다. 먼저, 천문학적 계절의 분류에 정의를 두어보자. 태양의 움직임을 24등분한 24절기에선 양력 2월4일이 입춘이다. 입춘이 지난 시점에 내리는 이번 비는 완연한 봄비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기상학적 계절 분류다. 기후학적 계절 또는 자연 계절이라고도 하는 기상학적 계절은 기압배치가 계절구분의 대표적 지표가 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기압배치의 출현빈도를 사용해 구분하면, 초봄, 봄, 늦봄, 초여름…늦가을, 초겨울, 겨울 등 11개로 구분된다(기상청 기상연구소, 한국의 기후 2004). 한랭건조한 대륙성 한대기단인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강수패턴이라면 겨울비에 가깝지만, 봄과 가을철에 지배적인 대륙성 열대기단, 양쯔강 기단의 지배하에 내리는 비라면 봄비에 가깝다.

세 번째, 봄과 겨울의 기온이다. 2월 평균기온은 영하 6℃~영상 7℃ 값이고, 봄철 3월 평균기온은 영상 6℃~14℃ 사이다. 전국이 10℃ 안팎까지 올랐던 이번 주 기온동향으로 본다면 이번 비는 봄비로 봐도 무난하다.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가수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란 노래 가사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비의 느낌도, 그 특성도 다르다. 한랭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 지배로 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와 달리, 고온 건조한 양쯔강기단의 지배로 내리는 봄비는 포근함 그 자체다. 달콤하고 포근한 사랑을 봄비로, 차갑고 날카로운 겨울비로 이별을 이야기한 작사가의 기상학적 이해가 돋보이는 곡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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