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현재의 균형을 통해
현재의 삶을 즐기며 얻게되는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행복

▲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1986년 발간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18년도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녹록치 않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소개된지 30여년이나 지난 소확행을 소환해 삶을 지탱하는 도구로 삼고자 하는 심리가 확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확행은 1970~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로 경제가 침체해 힘들게 지낸 일본인들의 경험이 토대가 돼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를 하루키 작가가 파악해 만든 신조어이다. ‘갓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만든 나뭇잎 그림자를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 밤 고양이가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 참으로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을 하루키는 소확행으로 꼽았다.

하루키의 소확행처럼 나의 소확행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해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담은 따뜻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음미하는 것,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커피 한 잔을 권하는 것, 휴일 오후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눈을 감은 채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보내는 10분의 시간, 이 주에 한번 꼴로 서울을 오가는 열차에서 읽을 책을 찾아 가방에 넣고 두 시간정도의 여유로움을 지나치는 풍경도 감상하며 책을 읽어 나가는 것, 가끔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메모형태로 적어 보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직장동료로부터 뜬금없이 걸려 온 안부를 묻는 통화 후 가볍게 짓게 되는 미소,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을 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든이 넘은 노모의 건강하신 목소리 등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잠시만 틈을 내어 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생각 해 보니 적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 방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공부하기도, 돈을 벌기도, 아이를 양육하는 것 무엇 하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와 성공보다는 커피, 자전거, 산책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나타나야 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요즘 우리들의 추구하는 행복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 커다란 행복의 추구는 나를 필연적으로 긴장하게 하고 경쟁하게 하기 때문이다. 강도가 센 짜릿한 행복을 찾으면 찾을수록 자조와 비관으로 나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커다랗지만 일시적인 행복은 행복이라기보다는 쾌락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인 것이다.

소확행은 모든 일을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도, 큰 행복을 바라지 말라는 패배주의도 아니다. 미래를 위한 꿈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또한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미래와 현재의 균형을 잘 맞추며 현재를 즐겁게 영위하는 것이다.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가 들려주는 말이다. 매일 있을 수 있는, 그리고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누리는 새로운 봄을 기대하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소확행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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