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대작문제 근절대책 마련을
울산미술대전서도 대필 논란

▲ 박현수 다담은갤러리 운영위원 전 울산미술협회 사무국장

자기가 직접 글을 쓰거나 제작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주거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조영남 대작사건’이 한때 세간에 관심이 되었다. 지난달 울산미술협회 총회에서 울산미술대전 서예작품 입상자 중 대필작품이 있다는 것이 공론되었다. 어디까지가 대필인지 한참의 진실공방 속에서 이 숙제는 울산미술대전의 운영위원회 서예분과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작, 대필의 기준을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르네상스 3대 거장의 화가 라파엘로는 유명한 ‘아테네 학당’이라는 작품을 제작할 때 밑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다음 중간 작업은 제자나 조수들에게 맡기며 마무리작업만 자신이 했다고 전한다.

근대조각의 선구자라고 칭할 수 있는 로뎅도 ‘칼레의 시민’이라는 유명한 작품도 조수들의 손에 의해 제작되고 마무리는 로뎅 자신이 했다고 하며,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출간한 자서전에는 전체의 요지나 과정을 전달하면 문필가들이 문장을 다듬고 수정하여 출간된다. 어떤 조각가는 마련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다음 중국의 석공에게 제작을 의뢰한 작품이 울산에는 많이 있다.

그러나 공모전인 울산미술대전뿐 아니라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도 특히 서예분야에서는 대필문제가 항상 공방이 되고 있다. 그 기준은 독자들도 쉽게 결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정(多情)도 병(病)인양 하여라’ 많은 문하생을 지도하는 서예가가 아끼는 제자의 공모전 준비 작품을 보니 아쉬운 점이 발견돼 지도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고쳐지지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에서 대필해 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같은 서실에서 함께 공부한 문하생들은 입상자의 작품을 볼 때 수련 기간, 붓의 흐름과 속도, 문체(文體)의 균형과 비례, 굵기 등이 평소 연습한 실력보다 현저히 뛰어난 작품으로 출품돼 입상된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활동한 심사위원들이 발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 운영위원은 대필작품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필현장을 목격하지 못했을 뿐, 함께 수련한 문하생들 사이에 흘러나오는 말들을 막을 수는 없다.

전시된 작품에서 아쉬운 점 발견-작품을 전시장에 걸어놓았을 때, 그 작품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작가들은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아쉬움도 발견하고 다음 해야 할 작품을 구상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감을 느끼며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관객 중 그 감동을 느낀 수요자가 매입을 했을 때, 작가는 더욱 힘이 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화랑에서 초대 요청이 들어온다.

문제 방지를 위한 장치, 자신에게 부끄럼 없는 마음-미술대전이라는 공모전 자체가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평가받는다는 의미를 두고 볼 때,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미술수요자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멀어진다. 그 책임은 서예인 뿐 아니라 미술인 전체에게 영향이 미친다. 그렇다고 공모전 자체를 폐지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런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일이 없도록 울산미술대전 운영위원회에서는 철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공모전이나, 단체전 테마기획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걸려있는 작품을 볼 때,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작품 앞에서, 보고 또 보며 부족함과 아쉬움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박현수 다담은갤러리 운영위원 전 울산미술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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